물가안정 '파수꾼' 자처한 공정위원장…"官은 治하려 존재한다"는 금융위원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조타수로 화려하게 부활한 경제관료들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관치’(官治)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억제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시장을 무시하는 ‘관치’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금융 등 전 분야에 걸쳐 ‘누가 뭐라 하던 내 갈 길을 간다’ 식의 정부 개입과 간섭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업을 겨냥한 정부 부처의 가격통제 ‘융단폭격’이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첨병에 선 것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취임과 함께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는 주장은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보는 근시안적 논리”, “공정위가 물가기관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치하겠다” 등 ‘물가안정 파수꾼’을 자청하면 시장에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직후부터 지금까지 기업 최고 경영자(CEO)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기업담합 조사 등을 통해 기업들에 ‘알아서 물가안정에 협력하라’는 압박을 대놓고 하고 있다.
여기에 연일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국내 휘발유값이 OECD 평균보다 비싸다”,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겠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그동안 국제 가격과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노골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김동수 위원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이들 모두 금리와 환율 등 거시변수를 조정해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기화 전남대 교수는 “정부가 서민가계에 부담을 주는 품목들을 직접 통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해괴한 발언을 했던 ‘관치의 전도사’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에 오르면서 금융권에서도 대놓고 관치 바람이 불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명적 빅뱅’, ‘폭발적 비지니스’ 등 아주 굵은 표현을 바탕으로 “(IB육성과 관련)역사의 한 획을 긋는 심정으로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등 이른바 관치 소신론자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냈다.
또 저축은행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면서 사전에 시중은행장들과 교감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 등 관치금융을 이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핵심 경제관료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관치론자’들”이라며 “이들은 당당하게 ‘관치가 뭐가 나쁘냐’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