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에 발목·잡스와의 알력·구글의 반대 등
슈미트 회장은 구글에서 10년쯤 더 몸담겠다고 공언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거나 라이벌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슈미트 회장이 애플의 CEO 자리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최근 전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병가를 떠나면서 티모시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상태.
쿡 COO는 과거에도 잡스를 대신해 CEO직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실력자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구글의 슈미트 회장을 잡스의 후임으로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슈미트 회장이 당장 애플로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슈미트 회장의 CEO 퇴직금을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구글은 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슈미트에게 1억달러어치의 자사주와 4년 안에 행사할 수 없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슈미트 회장이 구글의 앞날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슈미트 회장이 애플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잡스 CEO는 슈미트가 애플 사외이사직을 박차고 나갔을 당시 “이익이 상반되는 분야가 늘면서 에릭은 이사회에 있을 수 없게 됐다”며 “이 때문에 그는 애플 이사로서 책임을 완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성명을 냈다.
슈미트 회장은 2006년 8월부터 애플의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연방통상위원회(FTC)가 구글과 애플 양사 이사회 이사활동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슈미트는 2009년 8월 애플에서 손을 뗐다.
정보·기술(IT)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어소시에이츠의 로저 케이 애널리스트는 “잡스와 슈미트 사이에는 안드로이드 출시 당시부터 알력이 있었다”면서 “구글의 전략을 생각하면 슈미트는 더 빨리 애플의 이사직을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구글 역시 슈미트가 라이벌 회사의 진영으로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송으로 발전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
현재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의 운영 소프트웨어(OS)인 ‘iOS’와 ‘안드로이드’로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의 레이 발데스 애널리스트는 “결국 슈미트 회장은 몇 년간은 구글에 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가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슈미트 회장이 정계에 입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T 업계의 장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만큼 정계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