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희망업체 인수가격 줄다리기…부산민심도 변수
부산의 소주업체 대선주조 인수전이 채권단이 전면에 나서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선주조 채권단이 재무주관사인 대우증권을 통해 지난달 28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신청받은 결과 롯데칠성음료, 부산의 조선기자재업체인 베인그룹, 건설회사 삼정, 경남의 소주업체 무학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번 인수전은 지난해 9월 1차 매각 추진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대부분 다시 참여해 인수가격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조 인수 제 2라운드의 관전 포인트의 핵심은 인수 가격과 부산지역 민심이다. 당시 1차 매각과정에서 대선주조의 대주주인 코너스톤에쿼티파터너스는 입찰가가 터무니 없이 낮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번 제2라운드는 대선주조가 금융권 채권단에서 빌린 차입금 일부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채권단이 직접 나서 재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매각가도 지난해 1차 매각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부산상공계 컨소시엄이 2300억을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주조가 텃밭인 부산지역 시장 점유율이 채 50%도 되지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에 나선 업체들이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대선주조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가격 보다 희망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업체들끼리의 치열한 눈치보기와 이후 채권단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가격도 관심거리다. 대선주조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는 2008년 신준호 당시 롯데햄우유(현 푸르밀) 회장의 지분을 사기 위해 3600억원의 거금을 들였다. 지난해 인수가 때문에 코너스톤측이 매각을 무효화시킨 것도 2000억원대에 팔면 손해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정은 최대주주 보다 매각 의지가 강한 채권단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지기 힘들다. 채권단이 코너스톤측에 빌려준 금액은 1700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반면 인수 희망업체들은 이번에 아무리 비싸도 지난해 최고가(2300억원)는 커녕 2000억원도 써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에서 저도소주 ‘좋은데이’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학의 참여도 관심거리다. 지역 경쟁업체로서 대선주조의 텃밭인 부산에서 점유율 싸움을 벌일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도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대선주조 인수시 부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시장 지배자의 위치를 얻을 수 있어 향후 전국시장을 내다보고 있는 최재호 회장에게도 매우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학이 지난번 인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미 좋은데이로 부산지역 시장점유율 절반을 목전에 두고 무리한 인수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부산 지역 민심도 변수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선주조의 롯데그룹 참여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신준호 회장의 ‘먹튀 사건’이후 롯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 이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롯데칠성이 어떻게 부산민심을 얻을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롯데가 인수할 경우 롯데주류와 대선주조의 부산시장 점유율 동반 상승이 예상되지만 롯데가 인수를 추진하면서 민심을 어떻게 돌려놓을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