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 보험사에 미칠 영향은…]<3.끝> 생보업계 대응
소비자민원 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S생보사 김 과장은 오늘도 가입고객 A씨와 밤 늦게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2년전 변액보험에 가입한 A씨는 다짜고짜 해약과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가입한 적이 없고 약관도 받지 않았다며 중도 해약에 따른 공제없이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 달라며 억지를 부린다.
A씨는 지난 1년 동안 S사에 8차례, 금융감독원 4차례에 이어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민원을 넣었고 금융감독원의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보험계약 서류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성됐고 A씨의 자필서명까지 돼 있는 상태다.
◇‘악성 민원’활개치면 어쩌나 =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제정을 앞두고 생보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런‘악성 민원’이다. 계약 당시에는 “다 알겠다”고 해 놓고 뒤늦게“잘못 들었다”,“설명을 제대로 안 해줬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일부 소비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하소연이다.
소비자보호 강화 자체에는 찬성이지만 악용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생보사에서만 판매하는 변액보험은 일반보험 상품과는 달리 약관이 복잡한데다 자산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이어서 수익률 악화와 원금손실에 대한 민원과 분쟁 가능성이 높다.
잘 잘못을 떠나 소비자와의 갈등은 보험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원 증가가 보험사 입장에선 여러모로 ‘골치’일 수밖에 없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614건이던 보험소비자 민원은 2008년 9301건, 2009년 1만235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민원과 함께 악성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법을 악용하는 경우를 대비한 세부 검토가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보상품 특수성 고려되지 않아 = 일각에선 금소법이 금융권역별 특수성을 무시해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기존 감독 당국의 규제 체계와도 맞지 않아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전 금융상품을 공통적인 속성에 따라 기능별로 묶어 규제할 경우 보험상품의 특성상 중복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예컨대 연금보험은 매달 일정금액을 적립해 만기가 되면 보험금을 타가는 저축성 기능과 동시에 의료비, 진단비 등을 보상하는 보장성 상품 측면을 갖고 있어 어느 쪽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기능별 규율 체계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 있으나 보험사들은 중복·이중규제의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보험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타 금융권의 규제방식을 보험권에 그대로 적용해 일반화해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자문업체 전문성 의문 = 생보업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자적 자문업체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한다. 금융권 전역을 다루는 자문업자가 비교적 구조가 복잡한 보험상품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보험사들이 자문업체에게 자사 상품을 추천할 것을 권유하는 등 불법거래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자문업자가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도록 허용할 경우 실제 대리·중개업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문업자는 수수료를 주는 금융회사의 상품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보험사들의 로비 등 불법적 행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 강화에는 이견 없어 = 업계에서도 장기적으로 보험산업 성장을 위해 소비자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생보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보험광고 과장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보험상품 광고에 대한 심의기준을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생보협회는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상품 등에 대한 각종 공시제도를 강화키로 했다. 특히 약관이 복잡한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실적 배당형 상품과 연금 저축 등 자산 연계형 보험의 경우 기준가격 및 수익률 자산 및 구성 내역 수수료율 등을 매일 공시하고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소비자 신뢰 회복은 업계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라며 “금소법이 보험산업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자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