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충전 필요없이 수소 주입으로 주행, 무공해차의 궁극점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무공해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주동력원인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원자력 에너지 역시 폐기물을 낳고 풍력과 수력 에너지는 한계치가 뚜렷하다.
전기차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다고 이들이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으로 추앙받을 수는 없다. 이를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가 수소연료전지차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자동차와 구분된다. BMW가 최고급 7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안했던 수소자동차는 폭발의 위험성보다 수소의 보관이 더 힘들었다. 연료탱크에 수소를 가득 채운지 일주일만에 모두 증발해버리는 수소를 붙잡아둘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수소를 연료로한 연료전지차는 사정이 다르다. 먼저 수소는 지구상은 물론 우주에도 존재하는 수소는 가장 풍부한 동력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연료전지차는 차에 수소를 주입한 이후 전기분해를 일으켜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다. 전기분해후 나오는 것은 순수한 물이 전부다. 배기가스에는 맑고 뜨거우며 깨끗한 물이 조금씩 떨어질 뿐이다.
배터리 성능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능력은 차이가 없지만 10시간 가까운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이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혼다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현대차 역시 구형 투싼을 바탕으로한 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시험운행 중이다.
미국의 GM역시 가만히 머무를 수는 없었다. 2010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GM은 갖가지 첨단 무공해차를 선보였고 그 중심에 '시보레 에퀴녹스 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그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무거운 SUV를 바탕으로 시험 제작차를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하이 인근에서 치러진 시승행사에 나온 에퀴녹스는 모두 3대. 행사가 치러진 리조트 안 도로를 무대로 양산차와 다를것이 없는 겉모습으로 등장했다.
시동키를 돌려 출발하는 것은 일반 내연기관과 다를게 없다. 다만 키를 돌려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다만 전기모터가 출발 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지~잉'하는 고주파를 살짝 내뿜을 뿐이다.
전기모터를 이용한 연료전지차는 변속기가 없다. 엔진의 힘을 다양한 크기의 기어에 맞물리는 일반차와 다르다. 연료전지차는 감속기만 존재한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토크와 회전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출발초기에 최대한 감속하고 점진적으로 이 감속비율을 풀어주면서 마지막에는 모터의 회전력을 고스란히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어를 D레인지에 맞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가볍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초기 출발이 중속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부드럽다. 흡사 무단변속기인 CVT의 반응과 비슷하지만 차 안팎은 고요하기만 하다. 운전석 윈도를 열면 타이어 굴러가는 마찰음만 가볍게 흘러들어올 뿐이다.
경쾌함은 중속 이후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가볍게 시속 100km를 넘는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토크 특성과 변속기 기어비에서 풍겨나는 단계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연료전지차의 특성대로 초기 가속감이 고속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에퀴녹스 연료전지차는 수소연료 1회 충전으로 최대 32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를 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2초에 돌파한다. 내연기관 양산차 못지 않고 전기차를 훨씬 앞서는 수준이다.
GM은 차세대 무공해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결과물인 시보레 에퀴녹스 연료전지차는 이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 연료전지차보다 모터소음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혼다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료전지 기술과 대등하거나 한 발 앞서있는 수준에 올라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