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사장이 의사단체에 머리숙인 이후
최근 국내 상위권 제약사의 사장이 한 의사단체를 직접 방문해 사과한 일을 두고 의사와 제약사의 ‘갑을’ 관계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겪으며 자조감이 든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은 전국의사총연합을 방문해 정부에 리베이트 쌍벌죄를 건의한 것 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는 이 단체 소속 의사들이 한미약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불법리베이트 살포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하는 등 회사의 영업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1월말부터 시행되는 리베이트 쌍벌죄를 두고 한미약품이 주도적으로 정부에 정책 시행을 건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불매운동 등의 압력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미약품이 시판후 조사(PMS) 등의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공정위에 고발한 바 있다. 불매운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한미약품은 지난 2분기에 의원급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6.7%나 하락하고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새삼스레 의사와 제약사의 ‘갑을’ 관계가 재론되고 있다.
A제약사 홍보팀 관계자는 “가족 중에 의사가 있는데 제약사 영업사원을 마치 몸종처럼 부린다”며 “자식들 학원에 보낼 때 영업사원을 불러 차를 몰게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는데 기가 막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사가 있으면 제약사 다닌다는 말도 못 한다”며 “제약사 다닌다면 일단 무시하고 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사장이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사진까지 찍고 보도자료를 뿌린 의사단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사와 제약사가 갑을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기업 비즈니스인 것이 무시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해 의사들이 알아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