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업체 비중 60%로 상향 계획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이 산업 구조개혁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덩치린 중국철강협회 회장 겸 메이저 철강업체인 우한철강 회장은 “중국은 중소철강업체가 너무 많다”면서 “철강업체 통페합을 가속화해 철강제품의 전반적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중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중공업의 산업구조를 개혁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와도 부합되는 발언이다.
덩치린 회장은 “중국 철강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생산확대보다는 더 높은 품질의 자동차용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등 품질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10대 철강업체가 지난해 중국 전체 철강생산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였으며 중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이를 6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여름 중국 동부 톈진 지역 4개 철강사가 합병해 톈진 보하이 철강으로 새 출발하면서 중국 10대 철강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철강업계 통폐합 가속화 작업의 일환으로 오는 2012년까지 새로운 철강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지난해 철강생산량이 100만t 이하인 철강업체에 폐쇄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철강산업 재편은 글로벌 철강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중국 철강업체가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고수익 철강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산업구조를 재편하면서 글로벌 경쟁사들은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남미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와의 협력 및 제휴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소재 스틸디벨롭먼트는 지난달 중국 10대 철강업체 중 하나인 안샨철강과 미국에 5개의 제철소를 설립하는 프로젝트 협력 계약을 맺었다.
세계 4위 철강업체 포스코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2개 중국 철강업체에 회사의 첨단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전파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그 동안 중국 경쟁자들에 자신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진출에 소극적이었지만 세계 최대 철강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소비 및 생산국이다. 현재 중국의 철강소비량과 생산량은 전세계의 절반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글로벌 철광석 및 석탄 가격이 떨어지는 등 원자재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철강산업의 이익률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 철강소비의 50% 이상은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 및 빔 등 건축용 자재가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초과로 인한 중국 건축시장의 위축과 상대적으로 박한 이익률 때문에 중국 철강업체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덩치린 회장의 발언은 지금보다 높은 품질 및 이익률을 갖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철강업체만이 향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글로벌 철강업체도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고부가 가치 제품에 집중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서 철강을 생산하는 테르늄은 멕시코와 남미시장 확대를 통해 원자재 구매 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니폰스틸과 합작해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자동차용 고급소재 강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1위 철강업체 푀스트알피네의 볼프강 에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퓌스트알피네는 올해 상하이와 베이징 간 철도 건설에 들어가는 고급 철도용 철강제품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