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vs. 재정적자 감축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 및 미국의 고용 및 주택시장 침체, 일본의 성장세 둔화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을 놓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대표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 와이오밍주 캔자스시티 잭슨홀에서 27~28일 열린 연례 통화심포지엄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경기회복세 지속 방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7일 연례 통화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연준은 경기회복세의 지속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제 전망이 뚜렷하게 악화될 경우 이례적 조치를 동원해 추가로 부양적 통화정책을 펼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의장이 이례적 조치를 언급한 것은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전통적 경기부양수단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 및 모기지 증권을 대량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기회복세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경기부양에 초점을 둔 반면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재정적자 감축에 주안점을 뒀다.
트리셰 총재는 “각국 정부가 공공부채 증가를 막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서 “만약 정책 결정권자들이 단기적 경제 전망만 보고 재정지출을 늘린다면 경제에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난 1990년대 일본 은행권이 경영효율이 낮은 기업들의 악성부채 상환을 연장해줘 후에 국가 경제가 더 큰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트리셰 총재는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감축하려는 계획이 없다면 정부가 나중에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율을 높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것”이라며 “이는 가계와 기업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영국 영란은행의 찰스 빈 부총재는 “경기회복 지속을 위해 추가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해 버냉키 의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반면 ‘기준금리는 시스템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테일러 법칙’의 창시자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는 연준이 주택가격의 버블을 일으킨 점도 있다”면서 “정책우선순위는 무엇보다도 버블을 방지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일러 교수는 “지급준비율 인상 같은 정책수단을 쓰는 것은 중앙은행이 본래의 기능인 금리의 적절한 조정을 소홀히 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논쟁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고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