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현지화’로 인한 부작용도 있어
“엔딩 보고 나니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입니다”, “한동안 게임 안 했었는데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2를 하며 밤을 새웠어요”, “인생의 3분의 1을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했는데 오늘도 하루 종일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이하 스타2)’가 12년 만에 전격 출시돼 전작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뜨겁다.
e스포츠 등장, PC방 창업 열풍,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 등 게임 산업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전 세계 1000만장 이상 팔렸으며 국내에서는 1100만 명 이상이 즐긴 국민게임이다.
특히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오픈 베타를 통해 스타2의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모두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코리아 프랜들리’ 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 게임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28일 현재 스타2 오픈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용자들이 싱글플레이를 완료한 후 ‘엔딩 장면’까지 감상한 후기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스타2 싱글 캠페인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에서 이어지는 대서사시를 계승한다. 한때 연방의 보안관이었으나 저항군의 지도자가 된 짐 레이너의 행적과 전작의 친숙한 인물들 그리고 새로운 영웅들의 이야기가 연대기 형식으로 펼쳐진다.
플레이어들은 29개의 캠페인 임무를 통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임무 진행 방향을 직접 결정하고 기술과 연구 업그레이드를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게임을 구성해 진행할 수 있다.
미래에 시청자가 참여해서 스토리를 바꿀 수 있다는 ‘양방향 영화’처럼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화려한 3D 그래픽과 스토리가 캠페인에 적절하게 녹아있어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 사용자들이 멀티플레이어 전략의 기본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게임 안에 몇 가지 ‘미니게임’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소소한 재미들로 사용자들은 벌써부터 확장팩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사용자들이 감탄하는 부분은 바로 블리자드의 ‘현지화(localization)’ 정책이다.
블리자드는 게임 속 모든 대사와 자막, 메뉴까지 전부 완벽한 ‘한글화’를 시도했다. 첫 미션의 포스터나 길거리 배경, 심지어 게임 속 뉴스의 자막마저 어색함 없이 한글화 돼 있는 것을 보면 블리자드의 ‘세심함’에 입이 벌어진다. ‘한국의 거리보다 더 한글화가 잘 돼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동영상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말과 입모양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어 이것이 외국게임인지 한국게임인지 헷갈릴 정도다. 또 김기현(제라툴), 소연(사라캐리건), 최한(짐 레이너) 등 국내에 내로라하는 수십 명의 성우들이 참여해 재미를 더한다.
이럴 경우 한국 계정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나라로 가면 그 나라 패키지를 새로 구매하거나 그 나라 계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블리자드의 철저한 현지화가 글로벌화 추세에 맞지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완벽한 한글화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10년이 넘게 스타크래프트1에 익숙해 있는 사용자들은 처음 게임을 했을 때 유닛의 명칭이 한글로 바뀌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명칭을 지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아울러 3D 그래픽이다 보니 그래픽 카드가 저사양일 경우 멈춤 현상이 간혹 나타났다. CPU나 램의 사양이 떨어지지 않아도 클릭을 하면 약간의 멈춤 현상이 있어 그래픽 카드를 교체해야 겠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사용자들이 초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글화 해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재미가 배가 된다”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의견을 수렴해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