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합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투자처를 일본 의료시장으로 지목했다.
이멜트 CEO는 지난달 31일 도쿄에서 자사 주최로 열린 '헬시매지네이션’ 회의 강연에서 일본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의 의료 정보ㆍ기술(IT) 시스템과 재택 치료를 편리하게 해주는 기기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헬시매지네이션'은 헬스(health)와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의 합성어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술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되 비용은 절감하겠다는 GE의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이멜트 CEO는 “헬스케어가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에서 유망한 사업"이라며 "특히 일본은 업계 내에 일고 있는 몇 가지 트렌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가 만일 일본을 겨냥해 사업계획을 세운다면 의료 IT 시스템과 재택의료기기 시장의 독점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이들 분야는 일본이 견인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디플레와 고령화, 여기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두에 직면한 일본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멜트는 인터넷 접속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 “일본에는 전자 진료기록카드와 임상 진단용 기기를 융합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적합한 토양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가능한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이 나서지 않으면 한국이나 그 외의 다른 나라가 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2000년 17.3%에서 2008년에는 22.1%까지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에는 이것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E가 차기 투자처로 일본을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내 의료기기 시장의 연간 매출은 2조1000억엔에 달한다.
GE의 헬스케어 사업은 CT 스캐너나 MRI(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 등 건강진단기기로만 알려져 있지만 디지털 의료 시스템이라는 신분야의 성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 시스템은 이미 일본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분야. 전자 진료기록카드 시스템 분야에서 일본 최대인 후지쯔는 전자 진료기록카드 시스템으로 전환한 병원의 수는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88곳에서 984곳으로 성장했다.
GE는 일본의 고령화가 디지털 의료 시스템 분야의 성장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GE는 에너지나 수송 등 다른 인프라 사업은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