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품시장 요동 -유럽발 위기로 추가 조정 가능성
(편집자주: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상품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가는 조정을 겪고 있다. 철광석과 다이아만드, 실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4회에 걸쳐 상품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가격을 전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유럽 사태에 금값 천정부지
② 유가 급등세 진정...하락 전환?
③ 철광석 가격도 천정뚫렸다
④ 다이아몬드에서 누에고치까지 상품가격 비상
경기회복과 함께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가 유럽발 재정위기를 계기로 다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당국이 합의한 7500억유로(약 730조원)의 구제기금 규모가 유럽 지역의 재정위기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25달러 내린 배럴당 74.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미 석유협회(API)가 발표한 지난주 원유 재고가 36만2000배럴 증가했다는 소식도 WTI의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미 에너지절약정보국(EIA)이 12일 발표 예정인 주간 원유재고도 15주 가운데 14주 연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에디슨 암스트롱 시장조사 책임자는 “유럽 당국이 발표한 지원기금은 약간의 시간을 번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위기는 쉽사리 해결이 어려워 유럽 원유수요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단기에 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는 리먼발 금융위기 촉발 직전인 2008년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여파와 이란과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장중 한때 배럴당 147.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고유가 시대가 조만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11일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함께 제조업의 원자재 수요가 늘고 있어 원유와 금속 등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바 있다.
JP모건의 세계 제조업 경기지수가 지난달 57.8로 사상 최고치에 육박한 것이 그 반증이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도 같은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매수 호기’라며 상품시장에 투기 세력을 불러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0일 6월 인도분 WTI를 매수 추천하며 현재는 약세이지만 몇 주 이내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기 세력들의 경우 경기 회복과 함께 서서히 상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휘발유 선물옵션의 투기세력 순매수포지션은 7만9730계약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순매수포지션은 매수포지션에서 매도포지션을 뺀 것으로 순매수포지션 증가는 투기세력이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사 주간지 타임스도 지난주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타임은 G7(주요 7개국)의 경기 회복이 더뎌 현재는 하루 600만배럴 정도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가 공급과잉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가도 급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것은 이러한 추세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돼 에너지 문제가 건강보험개혁이나 금융개혁보다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기 전까지 증산을 하지 않겠다고 시사한 점도 유가 상승을 조장하고 있다.
쿠웨이트 셰이크 아마드 압둘라 알-압룰라 알-사바 석유장관은 지난달 25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경우 세계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OPEC가 증산을 위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의 정례회의는 오는 10월에나 열린다.
아마드 장관은 11일에도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정례회의 때까지 임시총회를 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