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사 수수료 내려라"..업계는 '한 숨만'

입력 2009-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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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수수료 인하 공문 발송에도 제출한 곳 '전무'

그동안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을 때 대출금의 일정 비율로 금융 소비자들이 내야 했던 취급 수수료를 두고 금융감독당국이 카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이달 11일까지 회사별로 인하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인하 계획안을 제출한 카드사는 한 곳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는 현재 눈치를 보며 서로 적정 수준의 수수료 인하 폭을 조율(?)하며 눈치보기에 급급한 가운데 당국이 제출 시한으로 잡은 금일까지도 인하 계획안 제출을 미루고 있어 금융당국과 카드사간 기싸움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 일고 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국내 전업계 카드사 5곳과 은행계 카드사 15곳에 각각 '신용카드 수수료 합리화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낸 뒤 답변 제출일을 이날로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내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기준으로 5개 전업계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25.41~27.71%에 이르고 15개 카드 겸영 은행들의 경우 24.26~29.55% 수준으로 대출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카드사들에게 현재 취급 수수료 인하 방안을 제출토록 공문을 발송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규회원 확보에 열을 올리며 최근 일부 카드사 소속 모집인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불법 모집까지 확인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보에만 주력한 채 기존 회원들이 부담하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에는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이 처럼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하 폭과 방법을 나름대로 제출해 줄 것을 현재 요청해 놓은 상황이나 카드사들의 눈치보기로 인해 업계와 힘 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현금서비스에 붙는 평균 0.5~0.6%의 취급수수료를 아예 폐지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 정작 인하 방안을 먼저 제출했다간 타사와 비교시 인하 폭이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인지 염려하는 한편으로는 당국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미운 털이 박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울며 겨자먹기'식 수수료 인하에 답변을 제출해야 할 판이라며 당국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 수수료가 수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인 데도 당국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 지원 정책에 따라 현금서비스 금리를 일정 부분 낮춰여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취급수수료를 아예 없애는 것은 곤란하다"고 항변했다.

과거 카드대란 당시보다 카드사들이 경영사정이 좋아졌는데도 시중 대부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은행계 카드 영업 담당 모 인사는 "민간회사 상품의 수수료 역시 엄연히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하는데 이러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인하 요구에 솔직히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고객 신용도와 대손 비용 등 제반 고려분을 반영한 요율을 갖고 당국의 요구에 임의로 인하하는데 있어 나름의 검토할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당국이 요구한 제출 시한을 맞추기가 솔직히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고객에게 부여한 한도 내에서 자동대출이 이루어지는 현금서비스의 성격을 고려할 때 대출금에 비례해 취급수수료를 받는 현재의 카드사의 행태와 당국의 인하 권고에 대한 항변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현재 대체적이다.

당장 조달금리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와 비교해 8.15%에서 5.16%로 떨어진 상황이고 조달비용이 줄어든 만큼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권혁세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지난달 정례 브리핑을 통해 "카드사의 연체율과 자금조달 비용 하락, 부수업무 확대 추진 등을 고려할 때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월 22일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은 금융회사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수수료와 사례금, 공제금, 연체이자 등 명칭에 관계없이 대출과 관련해 고객에게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 취급수수료 인하 내지 철폐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존재 근거가 희박해진 신용카드 취급수수료 논란에 인하하거나 폐지하지 않고 계속 버티기로 일관할 경우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과 소비자들로부터의 비난에서 당분간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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