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파면’ 담은 검사징계법안 국회 통과⋯법무부 장관 권한 강화
“정권 초기에다가 여당 의석수 많아⋯전체 수사기관 변화 불가피”

검찰이 본격적인 개혁의 수술대에 오른다. 주요 뼈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간 동시다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이는 만큼, 검찰뿐 아니라 다른 수사기관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공약집을 발간하며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 등 ‘검찰 개혁 완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 개혁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부터 시도가 이뤄졌고, 문재인 정부가 주요 과제로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검찰에 대한 법무부 감찰권 실질화 등을 권고했다.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방안이 현실화했지만,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며 사실상 검찰 개혁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첫 검찰 인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앙지검장에 앉혔다”며 “개혁으로 시작했지만 갈등이 커지면서 검찰에 힘이 더 실렸다. 결국 검찰 개혁이란 단어만 있었지 정치권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적인 검찰개혁 공약도 검찰의 권한 분산이다. 기존 검찰청을 기소 중심의 ‘기소청’으로 재편하고, 수사 기능은 별도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검사를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도 도입한다. 현재 검사 파면은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은 이달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 등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의 차이를 굳이 찾는다면, (이재명 정부는) 더 일관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때 검찰 개혁의 과오나 오류를 상당 부분 극복하려는 노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대통령 본인이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경험한 점, 법안을 뒷받침해 줄 국회 의석수가 많은 점, 정권 초기 힘이 실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한 개혁이 추진될 것”이라며 “전체 수사기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정부 임기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에는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참여한다. 검찰 내부고발자로 통하는 임 부장검사는 오랫동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어 수사권 조정, 인사 등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 정권의 폭주로 세워진 이재명 정부”라며 “검찰이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을 내려놓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권한과 의무만을 부담하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해 도울 각오”라고 적었다.
이어 “세상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분투가 결국 세상을 바꾸어왔다”며 “감사하며 더욱 기운 내 분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