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외국회사 코스닥 입성 첫 사례
기술성 평가 모두 A 등급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그룹의 신약 개발 자회사 세레신(Cerecin)이 국내 코스닥시장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세레신이 상장에 성공하면 완전 외국회사가 코스닥에 입성하는 최초 사례가 된다. 세레신에 투자한 국내 여러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창구도 열릴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레신은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2022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지 약 3년 만의 재도전이다.
세레신은 적자 기업이라 이번에도 기술특례 트랙을 통한 상장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 4592달러, 영업손실 1343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진행한 기술성 평가에서는 기술보증기금과 이크레더블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최근 기술특례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두 곳의 전문 기관 모두로부터 A등급을 획득한 건 그만큼 기술력이 더 탄탄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세레신은 글로벌 기업들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네슬레는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싱가포르 소재 농산물 기업 윌마(Wilamar)도 주요 주주로 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지만 세레신은 이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낮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배경에 국내 주요 기관들도 일찍이 세레신을 점찍고 투자에 나섰다. SK증권과 KB증권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 KNT인베스트먼트, 신한금융투자, 청담인베스트먼트 등이 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400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레신이 상장에 성공하면 이들의 엑시트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견조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세레신은 태생부터 완전 외국회사가 국내 상장에 도전하는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는 2021년 미국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외국기업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네오이뮨텍의 경우 최대 주주가 국내 기업인 제넥신이라 이마저도 온전한 외국기업이라 보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전체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며 "세레신이 좋은 선례로 남는다면 국내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도 점차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레신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트리카프릴린'이다. 마시는 형태로 개발 중이며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호주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세레신은 올해 말 트리카프릴린의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3년 정도의 임상 기간을 거쳐 2029년 새로운 알츠하이머 신약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