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없인 못 버틴다” ‘外人 의존’ 현실화 [늙어가는 제조업 中]

국내 체류 외국인 절반 제조업 취업
조선 3사, 외국인 인력 대거 채용
해외 인력 채용에 경영진 총출동

일할 사람이 없다. 떠나는 이들은 많지만 들어오는 일꾼은 없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사라지는 숙련공’의 시대를 지나 들어올 일손마저 모자란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기계는 돌아도, 공장은 멈춘다. 생산현장은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청년층은 ‘힘들고, 덜 주는’ 제조업을 외면한 지 오래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40대를 넘긴 제조업 현장은 생산성 정체와 경쟁력 약화로 기반마저 흔들린다.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도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정밀공정이나 품질관리처럼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많다. 제조업 전반에 드리운 일자리 공백의 실체와 구조적 원인, 한국 제조업의 생존 조건을 짚어본다.

국내 제조업은 더 이상 내국인만으로는 목표 생산량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조립부터 용접, 연구개발까지 산업현장의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인력’이 됐다. 숙련공의 은퇴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 가동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노동력 공급을 넘어 고급 기술 인재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외국인 전략이 제조업 생존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취업자 중 45.6%가 광·제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점업(18.9%), 서비스업(14.2%), 건설업(10.6%) 순이었다. 특히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의 80.5%가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제조업 내 외국인 비중이 핵심 생산역량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없으면 조립·가공·검사 공정 자체가 멈춘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한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채용에 한창이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소는 작년 한 해 외국인 근로자 수를 각각 1000명 이상씩 확대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말 약 3500명이던 외국인 근로자를 1년 만에 4500명으로 늘렸다. 삼성중공업도 3500명에서 4600명으로 증가했고, 한화오션도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취업했다. 전체 조선업계 근로자의 약 15%가 외국인으로 채워진 셈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23년 6월부터 E-9 비자로 조선업에 2년간 한시적으로 외국인 인력 쿼터를 추가 배정해 공급을 늘리는 중”이라면서 “공격적인 수주로 건조 물량이 쌓이면서 부족한 국내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터리 업계는 만성적인 연구개발(R&D) 인력 부족으로 국경을 넘은 기술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MIT·스탠퍼드대 등에서 매년 석·박사급 인재를 유치하는 ‘배터리 테크 컨퍼런스(GTC)’를 열고 있다. 김동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해 직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급속한 외국인 유입은 숙련도가 낮아 품질 저하나 의사소통 문제라는 역기능도 안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중소제조업체 307곳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낮은 생산성, 의사소통 어려움’이 45.3%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42.7%), ‘복잡한 절차(41.4%)’도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들의 숙련 향상을 위해 직업훈련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적절하게 공급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유입된 고용허가제 인력을 대상으로 현장훈련 등을 통해 숙련을 향상시키거나, 외부 노동시장을 통해 양성된 숙련인력을 산업현장에 적절하게 공급해주는 훈련과 고용 서비스의 연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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