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 소비 줄어
온라인 쇼핑 집중되며 오프라인 동반 침체
“실질적 경쟁력 높일 정책 설계 필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 지 약 10년이 넘었지만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업을 비롯한 지역경제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위기의 오프라인 유통업’ 보고서에서 연 130만 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2년 요일별 평균 식료품 구매액을 살펴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일요일)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 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 원)보다 낮았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들 닫더라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대신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판매지수는 2011년 1분기 114.2에서 지난해 4분기 92.0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쇼핑 판매지수는 21.8에서 135.3으로 급증했으며, 2020년 인터넷쇼핑 판매액이 대형마트 판매액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롯데ㆍ홈플러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2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202곳이 폐업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인터넷 쇼핑이 대형마트를 대체하며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더 많은 소비자를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시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이 종교활동 보호를 목적으로 일요일 영업시간을 제한한 적은 있지만 한국처럼 점포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도 1973년 소규모 소매상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했지만 소비자 불편, 유통업 불황 등으로 2000년 폐지했다.
한경연은 대형마트 영업 제한 같은 단편적인 접근 대신 디지털 기술 도입, 현대적 경영 기법 적용,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연결 등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 연구위원은 “의무휴업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으며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