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자산 대비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으로 항공, 배터리 산업이 지목됐다. 이들 기업은 부채비율과 외화평가손실 증가로 인한 부담에 직면할 우려가 커졌다. 반면 금융 산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iM증권은 "지난해 9월 말 1314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7일 종가 1457원을 기록했다. 약 143원 상승하면서 11%나 올라갔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외화부채 부담을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등을 달러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외화부채가 자산보다 특성상 많은 업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순달러부채가 지난해 9월 말 33억 달러로 집계돼 환율 10% 상승 시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8001억 원의 달러 자산을 보유했지만 달러 부채는 3조6278억 원을 기록해 약 4배가 넘는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손실이 확정적이다.
저가항공사는 외화자산대비 외화부채 익스포져가 월등히 많았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196억 달러 자산에 4572억 원 달러 부채를 지니고 있으며 진에어, 에어부산도 마찬가지로 달러 부채가 월등히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저가항공사의 경우 무안 항공기 참사로 인해 잠재적 수익성 저하 우려가 남아 있어 있기에 외화환산손실에 대한 부담이 더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체도 최근 전기차 캐즘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점유율 하락, 환율 급등까지 삼중고에 처해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외화부채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배터리업체는 미국 직접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조 원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투자를 달러로 지불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짚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달러 자산은 4조4397억 원, 달러 부채는 6조8284억 원을 보유 중으로,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2389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공시했다. 3분기까지 누적기준 영업이익이 8009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분의 1 금액이 환손실로 인식되는 것이다.
삼성SDI는 3분기 말 기준 외화환산이익 93억 원, 외화환산손실 918억 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SK온 또한 2023년 말 2조5695억 원이던 달러 부채가 지난해 9월 말 3조4379억 원으로 약 34% 증가했다. SK온의 경우에도 환율 5% 상승 시 178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공시했다.
반면 금융권의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국내 은행은 환위험 관리 등을 위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외화자산은 286조5000억 원으로 총자산 대비 약 14.6%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