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자금 블랙홀로 떠오른 ‘매그니피센트7ㆍ환율ㆍ금ㆍ금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마가 메기’(MAGA-MEGI)가 올해 한국 자본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무역전쟁과 동맹국과의 관계 등 국제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기(MEGI)는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7△환율(Exchange rate) △금(Gold) △금리(Interest rate) 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메기는 올해 내내 국내 자본시장의 자금흐름에 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마가는 올해도 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질린 개인은 미국으로 자금을 옮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학개미는 미국 증시에서 105억4500만 달러(약 15조4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작년 말 기준 미국 주식보관금액은 1121억180만 달러(약 163조6900억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5% 늘어난 규모다. 국내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279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년 11조4240억 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강세장 수명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인 1920년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등장했던 1980년대, 트럼프가 당선된 2017년 등 과거 미국 우선주의 시기엔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지속됐다. NH투자증권이 인공지능(AI) 서비스 GPT로 올해 국가별 투자 추천순위를 분석한 결과, 1위는 미국이었다. 한국은 6개 시장(미국, 일본, 중국, 유럽, 이머징(신흥국), 한국) 중 가장 추천순위가 낮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관세 리스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작년 10월 발간한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관세부과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의 총수출액은 53억~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제3국으로의 수출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0.29~0.6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이 감소하면 기업의 실적이 동반 하락하고, 이는 기업의 펀더멘탈 약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정부의 정책에 따라 미국에선 달러, 금리, 주가가 모두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면서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 통상 규제와 제조원가 상승이 수출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 기업 실적 전망이 악화한 점도 증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