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대량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단 세 도형만으로 전 세계인이 단번에 떠올리는 드라마. 한국인의 어깨를 한껏 끌어 올려줬던 글로벌 신드롬 콘텐츠. 제작·방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약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수익을 안겨준 기특한 효자. 빛나는 그 이름, ‘오징어게임’이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워낙 시즌1이 성공한 터라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깊었는데요. 26일 정식 공개 전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오징어게임2’에 꽂혔죠. 드디어 베일을 벗은 현재 ‘오징어게임2’를 향한 분위기는 과연 따뜻할까요?
아쉽게도 호와 불호, 긍정과 부정이 확실히 나뉘었는데요. 외신들은 호평보단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할리우드 리포터,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이에 동조했는데요. 이들은 “이야기가 정체됐다”, “여전히 폭력적이지만, 실망스럽다”, “독창성이 사라졌다”, “날카로움을 잃었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죠. 특히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부분은 “극도로 고통스럽게 이야기를 질질 끈다”라는 의견이었는데요. 시즌2로 끝날 내용을 ‘수익을 위해’ 굳이 두 시즌으로 나눠놨다는 주장이었죠. 가디언은 이를 “창의적인 측면에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만 미국 버라이어티는 “전작보다 강렬”, “자본주의 착취, 도덕성 침식, 계급 불평등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며 신선함을 더했다”, 영국 BBC는 “장면이 풍성하고, 이정재가 인생 최고의 역할을 보여줬다”라고 호평했죠. 이처럼 외신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공개 후 약 20시간이 흐른 현재 미국의 영화·드라마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27일 오후 3시 기준(미 동부시간 26일 오후 10시) 평론가 점수 86%(100% 만점 기준), 일반 시청자 점수 63%를 기록 중입니다. 아직 초반 평가지만 전작(100%/91%)보다는 아쉬움이 남죠.
외신이 꼬집은 지적처럼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미완결작에 대한 비판을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는 건데요. ‘오징어게임2’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의 행동처럼 말이죠.
2020년도 제33회 오징어게임 우승자인 성기훈은 무려 456억 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는데요. 여느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상금을 얻기 위해 참가했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가 죽은 뒤 얻게 된 456억 원을 1년 넘게 그저 통장에 넣어뒀죠. (확인차 1만 원 인출) 이어 호스트인 001번 오일남에 이어 양복남(공유 분)과 프론트맨(이병헌 분)이 다음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들을 알게 되며 게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인물이 됐습니다. 이들을 위한 복수를 기획하며 456억 원의 일부를 써 양복남을 찾고, 경찰 황준호(위하준 분)와 손을 잡고, 자신만의 패밀리를 만드는데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게임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물론 예상대로지만) 성기훈은 이번에도 참가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는데요. 왜 그렇게 몇 년간 치열하게 여기에만 매달렸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죠. 막판에는 게임 주최 측과 싸움을 벌이며 최소한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모습까지 보여주는데요. 이 또한 아이러니했죠.
거기다 전편의 부주의함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001번’ 오일남과 같은 번호의 오영일(이병헌 분)에 대한 의심을 곧바로 거두는데요. 001번에 대해 주시를 할 법도, 오일남과 비슷한 이름에 의심할 법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에 대한 촉을 세울 법도 한데 그저 넘겨버리죠. 여전히 미련한 성기훈은 자신을 따르고 함께했던 친구 박정배(이서환 분)의 죽음을 자초합니다. 그가 왜 게임에 다시 참가했는지, ‘오징어게임2’에서는 그 의미도 방향도 찾을 수 없는 물음표로 남겨지게 되죠.
그리고 ‘오징어게임2’에는 전작보다 더 많은 출연진이 가득 메웠는데요. 물론 참가자는 동일한 456명이지만, 주요 출연진으로 분류된 인원이 늘어난 거죠. 문제는 이 출연진들의 서사가 생각보다 이전에 쌓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늘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하나하나 서사를 쌓으려다가 정작 게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평인데요.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서사를 쌓으며 성기훈과 손을 잡은 황준호는 그를 놓친 뒤 그저 섬을 헤매다 시즌2를 끝내죠. 바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뱃사람’인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캐스팅 사기(?)를 당한 수준입니다. 박경석(이진욱 분)도 마찬가지인데요. 투병 중인 딸의 병원비를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는 서사와 세모 가면을 쓴 차노을(박규영 분)과의 관계성이 있다는 점이 그려진 것 외에는 조용했습니다. 3번째 게임인 ‘짝짓기 게임’ 때 출연진을 도와주며 등장하기 전까지 어디서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죠.
오히려 홍보 기간 배제됐던 그룹 빅뱅 출신 전 멤버 탑(본명 최승현)이 분한 타노스가 더 활약했는데요. 예고편에서도 삭제되며 그의 출연 분량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징어게임2’ 마지막까지 등장했죠. 황동혁 오징어게임 감독이 방영 전 간담회에서 탑 출연과 관련해 “작품을 보시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실 것”이라며 “작품 나오고 나서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한 바 있는데요. (연기력은 뒤로하고) ‘어려운 점’이 극 중 타노스가 실제 탑의 과거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일까요? 덕분에 아주 현실감 있는, 어찌 보면 찰떡이었다는 ‘뼈 있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오징어게임2’에서 남은 건 1편의 양복남 공유의 연기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시즌1와 마찬가지로 초반에만 얼굴을 비쳤지만 그 임팩트는 강력했죠. ‘굉장히 독특한 인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완벽했습니다.
여러 지적은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3(이하 오징어게임3)’가 나와야 황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인데요. 발단-전개-위기에서 갑자기 끝이 난 ‘오징어게임2’. ‘오징어게임3’에서 극적인 절정과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 그리돼야 하죠. 부디 이 어정쩡함과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는, 호평한 이들의 낯빛을 환하게 해줄 속 시원한 ‘오징어게임3’가 되길… 2025년 상반기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