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생긴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法 “유족급여 지급해야”

입력 2024-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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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업무상 부담 요인 확인되지 않아”
法 “업무적 요소 외에 뚜렷한 개입 요소 없어”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법원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 생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관리감독자의 유가족에게 유족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판사)는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생긴 스트레스로 사망한 근무자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의 전기통신공사 관리감독으로 파견 근무하던 A 씨는 2000년 6월 숙소 아파트 앞 화단에 추락해 사망한 채 발견됐다. A 씨 배우자인 원고 B 씨는 A 씨가 회사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 투신한 것이라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에게 업무상 부담 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급여 부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B 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담당하던 공사현장의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추단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공사현장은 하청업체의 노임 미지급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또한, 자금 사정 악화로 A 씨가 요구해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교체했으나 신임 소장과의 갈등으로 공사에 지장이 발생했다. 업무일지에는 현장의 점검, 공사 공정에 관한 걱정, 공사 관계자들, 현장 소장과의 갈등 등이 기재돼 있었다. 자금 상황은 A 씨가 사비로 대금을 결제할 정도로 나빠졌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일지, 통화내용 및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A 씨가 겪은 고통이 잘 드러난다”면서 “A 씨의 주식계좌 잔고증명 상으로도 특별히 주식투자 실패 등을 이유로 신변을 비관할 만한 일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봤다.

이어 “A 씨가 우울증과 그에 준하는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업무적 요소 외에 뚜렷한 다른 원인의 개입이 없다”며 “결국 업무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측할 이유가 상당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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