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가중자산 약 1조9800억 증가
‘비상계엄’ 이후 12조 이상 확대 추정
중소기업 지원안에 위험관리 부담↑
5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12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원ㆍ달러 환율이 약 3주 만에 61.9원가량 치솟은 영향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위험 자산 규모를 줄여야 하지만 최근 은행이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대상 지원안까지 내놓으면서 위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이달 3일부터 이날까지 12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이달 3일 1402.9원이었던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이날 기준 1464.8원(오후 3시 30분 종가)으로 61.9원 내렸다. 원화 값이 10원 하락할 때 5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3분기 기준 1조98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5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환율의 영향만 따졌을 때 약 3주 만에 12조2562억 원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의 위험 수준을 따져 가중치를 반영해 계산한 수치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의 가치도 낮아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고,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이 0.6bp(1bp=0.01%포인트)가량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 3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1370조9554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총 1297조8147억 원을 넘어섰다. 4분기까지 따지면 증가 폭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3분기 말 기준 위험가중자산 역시 979조3452억 원으로, 지난해 총 909조6457억 원을 웃돌았다. 위험 자산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은행이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조정하는 경우, 통상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신용대출을 우선 축소한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나 연체 위험성이 큰 중소기업 대상 대출일수록 위험가중치가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외화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문제는 수출입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지원 요구가 강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연구센터장은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향후 중소규모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수익성이 악화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5대 은행을 포함한 15개 은행들은 중소기업 지원 부담도 떠안았다. 이달 24일 외화대출 상환과 외화결제에 곤란을 겪는 중기를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특별대출을 공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 리벨런싱 등을 통해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할 예정"이라면서도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 리스크를 대비해 그룹의 위험가중자산 관리 체계를 강화했고, 이를 통해 연말 보통주자본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 등을 살피는 조기 경보체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