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회장 취임 이후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들인 자사주의 투자 수익률이 두 자릿수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기대와 사상 최고 실적 달성 기대감 속에 은행주 주가가 크게 올라 수익률이 높아졌다.
25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공시 내용과 24일 주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 중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자사주 수익률이 43.8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진 회장은 같은 해 6월 신한지주 주식 5000주를 1억7175만 원을 들여 샀다. 1주당 평균 3만4350원에 샀는데, 24일 종가(4만9400원) 기준 수익률이 44%에 달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2023년 9월 자사주 1만 주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주당 매입가격은 1만1880원이다. 임 회장의 투자 수익률은 32.49% 수준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수익률도 두 자릿수다. 양 회장은 올해 3월 KB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3억8500만 원을 들여 사들였다. 전날 종가 기준 수익률은 12.34%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이후에는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한 적이 없다. 다만 지주 부회장 시절인 2020년 3월 5000주를 주당 2만4400원에 매수했는데, 24일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수익률이 141.39%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던 시기에 주식을 사들여 14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주 회장들은 본인들의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은행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높은 평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주가 올해 시작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오히려 금융지주 회장이 큰 수혜를 본 것이다. 금융주는 주주환원 성향이 높으면서도 기업가치는 저평가된 대표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로 꼽혔다. 정부가 올 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금융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금융지주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연초 이후 KB금융지주의 주가가 59.89% 올랐고 하나금융지주(35.71%), 신한지주(23.04%), 우리금융지주(21.08%) 등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 상승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진 데다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배당 여력으로 여겨지는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고환율 상황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공시를 통해 제시한 주주환원율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밸류업 계획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과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