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고환율까지…K배터리 영업익 절반 뚝

입력 2024-12-25 14:25수정 2024-12-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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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연간 영업이익
전년대비 50~60% 감소 전망

고환율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내실 다지기

▲미국 오하이주 워런 얼티엄 셀즈 공장 전경. 워런(미국)/AP뉴시스

배터리 한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 수요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 고환율 등이 겹치며 내년에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2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7031억 원으로 지난해(2조1632억 원)보다 6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SDI도 지난해 1조6334억 원에서 51.8% 줄어든 78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은 올해 3분기 240억 원 깜짝 흑자를 냈지만 4분기 적자 전환하면서 연간 적자가 확실시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니켈·리튬 등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완성차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채택 비중을 늘린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최근 환율은 나흘 연속 1450원을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배터리 기업들에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많고, 현지에서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커 환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배터리 판매가 급감하고 해외 투자 규모는 늘면서 환율이 오르면 세전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말 기준 6조8284억 원 규모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2389억 원의 세전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SK온도 환율이 5% 오르면 세전손실이 177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해외 매출 등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들도 파생상품 매매 등 여러 가지 환 헤지(위험회피)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한다. 다만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환율이 사업 환경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내년에는 신차 출시 모델도 올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부정적인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배터리 한파에 기업들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 재검토, 제품군 다각화를 통한 수주 확대, 글로벌 생산공장 효율성 강화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K온도 7월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흑자 전환 시점까지 임원들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 2021년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삼성SDI는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위기 대응에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본격적인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업황 회복 시점은 2026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전에는 내실을 다지고 중장기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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