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자영업자 감소세…소비 둔화로 추가 감소 가능성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이 비자발적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업황 악화로 자영업자가 줄던 상황에서 계엄 사태가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기름이 된 모습이다.
자영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함께 늘었다. 자영업자 신규 유입 효과다. 이후 올해 1월까지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에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총량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 총량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느는 건 긍정적 신호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매출 개선으로 직원을 고용함으로써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 이동하는 ‘계층 이동’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까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 폭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감소 폭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을 웃돌았다. 건설업 불황으로 화물트럭 등 건설장비 기사가 급감해서다. 이런 상황은 8월까지 이어졌다. 9~10월에는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자영업자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지난달에는 다시 감소로 전환됐다. 특히 최근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 폭은 3만9000명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2만6000명)을 웃돌았다. 이에 자영업자 총량은 전년 동월보다 1만3000명 줄었다.
이런 자영업자 감소 추세는 앞으로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사회 현상을 속보성으로 제공하는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보다 26.3% 감소했다. 이 기간에는 비상계엄 사태(3~4일)가 포함됐다. 한국은행도 4~13일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약 3% 감소한 것으로 최근 집계했다. 계엄 사태 이후 연말 모임·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 더해 탄핵소추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과 자산가치 변동성 심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계 상황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계엄 후폭풍으로 폐업으로 몰리면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일자리도 준다. 이는 청년층(15~29세) 취업과 경력단절여성 재취업에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