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수출 중 수도권 비중 43.6%, 직전 고점 상회…반도체 영향 커
수도권·충청권 반도체 수출 격차 확대…수도권 메모리반도체 수출 증가율 96%
향후 3년간 전망에서도 수도권 긍정적…기업, 중국 과잉생산 등 경쟁심화 가장 우려
한국은행 조사국은 23일 ‘2024년 지역별 수출 변동 요인 및 2025년 수출 전망 서베이’ 보고서를 통해 10·11월 중 수출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고점이었던 2018년 2분기(42.0%)를 상회한 수치다. 지역별로 수도권에 이어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을 보면 △동남권(22%) △충청권(18%) △호남권(10%) △대경권(7%)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중이 증가한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수도권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통관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8.3%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같은 기간 수도권 수출 증가율은 16.4%로 전국 증가율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충청권도 10.4%로 수도권과 함께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화공품, 철강 등 중국과 경쟁이 심한 품목의 비중이 큰 대경권과 호남권 수출은 각각 마이너스(-) 5.9%, -4.6%로 감소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에서 기인했다. 수도권의 수출품목 비중을 보면 반도체(28%)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자동차 및 부품(14%), 화공품(14%)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에 수도권과 충청권의 반도체 수출 격차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HBM 등 고사양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수도권의 메모리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96%를 기록해 충청권(65.9%)을 큰 폭으로 상회한 것이다. 연구팀은 “충청권은 모바일 AP 등 시스템반도체 수출도 부진했다”며 “그 결과 2022년에는 충청권 반도체 수출 금액이 수도권보다 더 컸지만, 2023년 하반기 이후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3년간 수출 흐름을 전망한 조사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별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은 중기적 시계에서도 현재 수준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77.1%로 집계됐다. 호남권과 대경권의 기업은 수출 증가를 전망하는 기업 비중이 각각 60.9%, 60.7%로 나타났다. 동남권과 충청권의 경우 응답률이 더 낮아져서 각각 52.1%, 52.4%만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충청권의 경우 감소를 전망하는 기업 비중이 30.1%로 가장 높았다.
연구팀인 지난달 9일부터 30일까지 2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증가한다’고 답변한 업체가 67.5%로, ‘감소한다’고 응답(32.5%)한 기업보다 많았다. 다만 내년에 수출이 소폭 증가하더라도 올해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위를 보였다.
또한 기업들은 내년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건(100점 기준) 중에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수출에 따른 경쟁심화’(27점)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주요 수출 대상국의 전반적 경기 부진 19.5점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17.9점 등을 지목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권 기업들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31.8점)를 가장 많이 우려했다. 연구팀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데에 주로 기인한다”며 “대경권의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26.4점)를 크게 우려했는데 글로벌 밸류체인의 분절화, 고율 관세 등으로 이차전지, 철강 등의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기업들은 연구개발 등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또한 글로벌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