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추정’…저작권법 최대한 활용해야”
‘프듀2’ JBJ95 위약금 다툼
2심서 ‘8.9억→3.4억’ 감액
法 “실제 손해배상 성격 아냐
…미래이득 약속 어긴 위약벌”
위약금 과도할 땐 ‘일부 무효’
전속계약 해지 산출방법 있지만
일률적 손해 계산액 인정 안 돼
저작권위 감정 전문성 강화해야
재판부는 “김상균은 전 소속사에 5500만 원을, 타카다 켄타는 2억88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면서 “1심 판결에서 이 금액을 초과해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결론에 따른 이들의 위약금은 총 3억4300만 원 수준으로 1심 재판부가 결정했던 8억8500만 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넘게 줄어들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프듀 2’ 그룹 JBJ95 전속계약 분쟁 사건에서 법원은 아이돌이 전속계약 해지 시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위약 금원은 실제 입은 손해를 배상받는 성격, 즉 손해 배상이라기보다 전속계약을 지키지 않은 데 책임을 묻는 ‘위약벌(罰)’에 가깝다고 봤다.
소속사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약속을 어긴 데 대해 위약벌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손해배상과 달리 위약벌의 경우 그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는 일부를 무효로 판단할 수 있다.
손해액을 산출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계약 유형에 한해서는 존재하는데, 예컨대 전속계약(통상 7년)을 해지하는 경우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에 잔여 계약기간 개월 수를 곱해 위약금을 매긴다. 하지만 법원과 법관 판단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쉽게 설명해서 주식 시장에서 과거 2년 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에 투자하면, 향후 5년간 해당 종목 기대 수익률이 얼마인지 맞히라는 얘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 분쟁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법상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규정들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손해배상 청구 △법정 손해배상 청구 △손해액의 인정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저작권법을 보면 저작 재산권 등을 침해한 사람이 그 침해행위로 인해 받은 이익액이나 그 권리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제125조).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때에는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제126조).
문진구 법무법인(유한) 세종 IP(지식재산권) 그룹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 부담을 경감시키는 제도를 비교적 충실히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을 정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2에도 저작권법 제126조와 유사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 우리 민소법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의해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저작권법 제113조‧119조에 따라 설립된 한국저작권위원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 역시 제기된다.
저작권위원회는 재판 또는 수사 과정에서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소프트웨어 완성도,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등을 다툴 때 전문적인 검증 결과를 제시하는 감정 제도를 수행하는 법정 기관이다.
감정 대상은 법원 내지 수사기관 등이 재판 혹은 수사를 위해 저작권 침해 등에 관해 감정을 요청한 사안은 물론 분쟁 조정 양 당사자가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과 관련된 전자적 정보 등에 감정을 요청한 사안을 아우른다.
감정 분야는 일반 저작물은 어문,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건축, 사진, 영상, 연극‧도형 저작물 등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다룬다.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간 동일(복제)‧유사성 여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완성도(하자)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개발에 소요된 비용‧단가 등을 판단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K컬쳐 분쟁이 근래 들어 급증하자 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침해 등 사건 수행 시 참고하도록 저작물 감정제도 내용을 회원 변호사들에게 2022년 12월 말께 공지했다.
법무법인(유한) 율촌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 송무(訟務)를 담당하고 있는 권성국 변호사는 “(K콘텐츠 분쟁의 경우) 감정 기관의 인적‧물적 한계가 작용할 수 있다”며 “이를 확충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전아현 기자 ca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