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 보고서 발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가 앞으로 지속할 것이며 생산성과 이에 걸맞은 경제적 보상이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1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을 주제로 2024 KDI 콘퍼런스를 열고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KDI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1980년대에 연평균 9%의 고성장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률 하락 추세를 겪어 왔다. 현재 한국 잠재성장률은 2% 내외까지 하락했으며 앞으로도 성장률 둔화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성숙화나 인구구조 고령화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 요인들 외에도 총요소생산성 증가세 등이 성장률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KDI는 “인구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성장기여도가 음(-)의 영역에 머무를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자본 축적의 성장기여도도 전 국가적 자원 동원을 수반한 산업화 시대의 높은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미 여타 선진국들보다 더 높은 자본집약도에 도달해 있는 우리 경제가 급속한 자본 축적을 지속해 자본집약도를 끝없이 높여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근 성장률 하락 추세를 우려하는 건 성장률 하락이 총요소생산성 증가세 하락 때문에 가속화되고 있어서라고 KDI는 분석했다. KDI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충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지목되던 사회 전반의 효율성 증진, 즉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세마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세가 하락한 배경으로 △기술진보 속도의 둔화 △생산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둔화를 꼽았다.
우선 선진기술과의 격차 축소로 인한 ‘따라잡기’의 한계로 기술진보 속도가 과거보다 둔화했다고 봤다. 이런 따라잡기는 경제개발 초기 총요소생산성 제고를 위해 매우 유효한 전략이었으나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면서 한계에 직면, 기술진보 속도가 점차 둔화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의 이익에 부합함에도 기존 규제체계에 의해 보호받던 업계 종사자들의 반발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나 개혁이 좌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KDI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과 유망한 신생 기업의 시장진입, 즉 창조적 파괴는 총요소생산성 개선의 핵심 기제라고 봤다.
KDI는 “앞으로도 노동과 자본의 성장기여도가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에서 현재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한국의 장래는 꽤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개선되지 못하고 현재 수준(0.7%)에 머무르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한국의 성장률은 2050년에 이르기 전에 음(-)의 영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 방향으로 “생산성 이상의 보상(렌트)을 누리고 있을지 모르는 직접적 이해당사자들 못지않게 사회 전반의 소비자나 수요자 목소리와 이들의 이해를 대변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도 특정 경제 주체들이 제도적 장벽을 통해 생산성 이상의 보상(렌트)을 합법적으로 제공받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도입 당시에는 어느 정도 합리성을 인정받았던 규제들도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렌트를 누리는 기득권층을 양산해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노동시장과 교육 시장에 존재하는 지극히 경직적인 제도, 생산물 시장에서의 과도한 진입규제, 전문직에 대한 자격증 제도 등이 이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