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 '더 적극적'으로 강화 예고
11일 개막 중앙경제공작회의서 구체화할 듯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년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 달 트럼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내년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4년 동안 유지해 온 ‘신중한’ 전략에서 벗어나 향후 더 많은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고한 셈이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당히 온건한’ 통화정책을 채택했다가 2010년 말부터 ‘신중한’ 기조로 전환했다.
중국 지도부는 재정정책 방침도 기존 ‘적극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재정수지 적자 규모 목표를 기존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서 더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렇게 되면 침체된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더 많은 돈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재정 지출은 모든 경기 부양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정치국 성명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사람들이 원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중앙정치국은 내년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안정 속 발전 추구’를 견지하겠다며 개혁 심화, 개방 확대, 내수 확대, 과학기술 혁신, 부동산과 주식시장 안정화 등의 방침을 제시했다. 공산당 용어로 경기 부양을 위한 이례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뜻하는 ‘역주기조절(경기 하강에 따른 거시경제 정책 조정)’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더 많은 국채 발행이나 주식시장 안정화 기금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싱자오펑 수석 전략가는 “이번 정치국 회의 성명에 담긴 표현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강력한 재정 확대와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암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공약을 언급하면서 “정책 기조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위협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중국 전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정치국 회의는 1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부양 기조를 보였다”며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실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의결과는 11일부터 이틀간 비공개로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의 경제 성장 목표를 정하기 위한 연례회의로,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와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부양책을 논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