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부서장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통상 임기 막바지 인사는 후임 원장을 고려해 변화보다 안정을 우선하지만 마지막까지 대폭 조직 정비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기 내내 강조해온 성과주의 중심의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는 막을 내린다. 이원장은 내년 6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은 본부 및 지원 국·실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을 뒷받침하고 업무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창출할 수 있는 추진력과 전문성에 초점을 뒀다.
우선 자본시장·회계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연금감독실이 ‘민생금융’ 부문에서 ‘금융투자’ 부문으로 이동한 점이다. 최근 퇴직·개인연금 시장의 성장과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연금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등을 시행해왔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당초 계획보다 시행이 늦어지고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김준환 전 민생금융 부원장보가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사임하기도 했다.
이에 감독원은 연금감독실을 금융투자 부문으로 옮김으로써 퇴직연금 사업에 탄력적으로 '신속히' 대처하고, 사업자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수익률 향상과 투자 대상 상품 다변화 등을 위해 자본시장과의 연계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공시심사실과 감사인감리실은 국으로 승격됐다. 감독·GA 검사 조직을 보다 촘촘히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시심사실은 올해 고려아연 유상증자, 방시혁의 하이브 주주 간 계약 등 굵직한 자본시장 증권신고서들을 맡아오면서 업무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공시심사실을 이끌던 조치형 실장은 기업공시국장으로, 김준호 현 기업공시국 팀장은 공시심사국장으로 배치됐다.
부서장 인사에서도 기수와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중심 인사를 통해 성과가 우수한 3급 시니어 팀장 6명을 본부 부서장으로 과감히 올렸다. 기수별로는 주무부서장을 기존권역·공채 1기 중심에서 ‘공채 4기 및 경력직원’으로 대폭 낮추고 공채 5기까지 본부 부서장을 배출했다.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박재영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이 업무성과를 인정받고 공매도특별조사단 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동규 현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금융투자 부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금감독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 팀장은 서재완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의 승진으로 지난 9월부터 사실상 국장 역할을 맡아오고 있었다. 금융투자검사1국장은 김형순 현 은행검사1국장이, 금융투자검사2국장은 이현덕 현 가상자산감독국장으로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