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충격’ 美·英 등 주요국 韓여행경보 발령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한국 관광 붐이 사그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한국의 정세 불안을 우려해 자국민에게 여행 경보를 발령하면서 이 같은 여파가 외국인 방한 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부진을 심화할 수 있는 악재다.
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는 5일 비상계엄과 관련해 주한미군과 민간인 직원, 가족들에게 한국 내 여행을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4일 미국 국무부와 영국 외부무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중국, 독일, 싱가포르 등도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한국 방문을 주의하라는 안내를 자국민에게 고지했다.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선포 이후에도 이들 국가의 한국 여행 경보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정세 불안이 여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한국 방문 자제 발표는 방한(訪韓)을 계획 중이던 외국인 관광객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포함한 단체 관광객의 여행이 취소되는 등 많은 외국인의 관광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여행·항공업계는 전한다.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만해도 한류의 열풍을 즐기고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가파른 증가세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0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1% 늘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같은 달의 97%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올해 1∼10월 누적 방한객은 1374만 명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54.7% 늘었고 2019년 같은 기간의 94%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여파로 올해 10월 서비스업 생산(소비)은 전달보다 0.3% 늘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다른 내수 부문인 재화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0.4%)와 설비투자(-5.8%), 건설투자(-4.0%)가 줄줄이 감소한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침체 늪에 빠진 내수 경기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그나마 온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외국인 방한 관광객 감소가 본격화하면 여행, 항공, 숙박·음식업 매출 등에 악영향을 미쳐 내수 침체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올해 2%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우려해 정부는 국내 모든 주한 공관에 외교공한을 보내 민주 절차에 의해 비상계엄령이 해제됐으며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것을 본국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