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체제 중인 금융권 초긴장 "불확실성, 언제 끝날 지 안갯 속"

입력 2024-12-10 09:01수정 2024-12-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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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9일 블랙먼데이 공포…당분간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불가피
금융시장 영향에 금융당국 및 금융권 사태 진화 안간힘
머니무브 우려 속 5대금융지주 비상대응체계 지속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한 금융권은 실시간으로 유동성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분주한 상황이다. 정치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 금융지주 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가동했던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들은 10일까지 비상 대응태세를 유지하며 전 계열사에도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탄핵 정국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에 따른 시장 흐름과 환율 및 외국인 자금 이탈 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만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가진 데 이어 이날은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5대 금융지주와 비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시장점검회의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3일 급작스러운 계엄 선포 이후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취와 퇴진 일정 등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9일 하루에만 17.8원 올라 25개월 만의 최고치인 1437원을 기록했다. 증시도 주저않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외국인의 매도세 속에 코스피가 67.58포인트(p)(2.78%) 하락한 2360.58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34.32p(5.19%)내린 627.01까지 내려앉았다.

전날에만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조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시가총액은 계엄 사태 이후 나흘간 약 140조 원이 사라졌다

당초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 직후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한국 정치 위기 상황에도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신속하고 포괄적인 예방 조치가 금융 시장을 빠른 속도로 진정시켰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2004년과 2017년 탄핵 정국을 거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퇴진방식을 놓고 여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히면서 크게 요동치고 있는 금융시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머니무브를 비롯해 외국인 수급, 기업 및 거시경제 움직임 등이 금융시장 충격을 좌우할 변수들로 꼽힌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은행 연체율 및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에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하며 2460선으로 하락 마감 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01(1.44%)포인트 하락한 2464.00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410.50원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와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악재가 추가되는 셈이다. 또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자산운용에 애로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신인도 타격도 문제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본 유출이 확대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용도와 해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많은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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