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로 여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며 한동훈 당 대표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여권을 결집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이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가결 조건을 넘지 못했고, 탄핵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3번째 탄핵 표결이었지만, 앞선 두 대통령과 달리 이번 탄핵소추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여당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데엔 이날 오전 2분 남짓한 윤 대통령의 사과 담화 영향이 컸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다. 3일 비상 선포 이후 나흘만의 입장 표명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많이 놀랐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또 다시 계엄을 발동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지만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이 계엄 사태 사과와 함께 요구해온 임기 단축과 거국 내각 구성, 2선 후퇴 등을 수용하면서 몸을 낮춘 것이다.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담화 직후 탄핵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탄핵 트라우마와 정권 조기 교체 및 두 번째 탄핵으로 인한 보수 궤멸, 당 해체 우려 역시 여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선 임기단축 개헌과 거국중립내각, 책임내각제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단축 개헌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고,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거국중립내각은 각 정당에서 추천받아 내각을 구성한다. 전날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는 "대통령의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 책임 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양 측은 이번 사태의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는 앞으로 더 거칠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정기국회 직후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안을)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계속 반대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얼마나 반국민적·반국가적인지, 내란수괴 범죄행위에 적극 동조한 공범인지를 국민들에게 역사 속에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