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 후 3일 만에 나온 입장 표명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계엄해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다.
담화는 단 2분남짓 이어졌다. 임기 단축 개헌과 2선 후퇴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대혼란을 빚어진 상황에서 수습책을 당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편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많이 놀랐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국정 최종 책임자인 통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또 2차 계엄 우려에 대해선 "또다시 계엄을 발동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지만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허리 숙여 사과한 뒤 담화를 마무리했다.
이번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당의 결정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론이 '반대'로 정해졌지만 당 내부가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계파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에, 어떤 방향의 수습책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를 비롯해 임기 단축, 거국 내각 구성, 2선 후퇴 등을 요구해왔다. 전날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는 "대통령의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 책임 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책임을 당에 전가했다는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해법을 갖고, 결단할 문제를 당에 일임했다"면서 "당에 일임할 경우 당에선 갑론을박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부터 발단은 두 용병들의 감정 싸움이었는데 이제 수습조차도 감정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그래도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수습했어야 하는데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거 같다. 또 다시 박근혜 탄핵 때처럼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담화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야당은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