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자산 재평가…토지가치 올려 유동성 개선
오카도 협업 부산 물류센터 건설 속도
2030년 매출 20.3조 목표
롯데그룹이 유동성 우려에 직면한 가운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실적 반등 등 재도약에 나선다. 부동산 등 자산유동화와 오카도 협업 온라인 식료품(그로서리) 사업 두 축이 핵심 전략이다. 당장 성과를 기대해볼만한 사업이 온라인 그로서리인 만큼 신사업 성패에 롯데쇼핑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2025년 정기임원인사를 실시, 호텔롯데 법인 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월드)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반면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모두 유임됐다. 사업 전략 일관성 유지를 위한 결정이다.
다만 김 총괄대표, 정 대표, 강 대표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이들 모두 유임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을 향한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진 만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핵심 전략은 자산유동화와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이다.
앞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자구책을 발표했다. 이날 롯데쇼핑은 7조6000억 원 규모의 보유 토지 자산을 15년 만에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증가한 토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 자산 가치를 늘려 유동성 위기설을 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2009년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 비율을 102%에서 86%로 낮춘 바 있다.
이와 함께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경쟁업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영향으로 장기간 실적이 부진한 대표적인 점포다.
업계는 자산유동화 전략은 단기적 처방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 관점에서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사업부를 통해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TIMEVILLAS)’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2030년까지 송도, 수성,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는 등 성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당장 롯데쇼핑이 기대할 수 있는 신사업은 오카도 협업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이다. 롯데마트·슈퍼는 내년 상반기 그로서리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하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뛰어든다.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핵심은 부산 첨단 물류센터(CFC)다.
현재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함께 부산에 CFC를 건설 중이다. 2026년 1분기 부산 CFC를 가동하고 2027년 2번째 CFC를 오픈하겠다는 목표다. CFC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새벽배송 등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2030년 매출액 20조3000억 원, 영업이익 1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10월 열린 CEO IR 데이(DAY)에 참석해 “밸류업 전략을 추진해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배당지급과 주주환원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