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직자 1명당 일자리 2.28개로 韓의 4배
일본은 충분한 기간 고용연장 단계적 시행
“점진적·단계적·자율적 고용연장 도입 필요”
한국에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을 시행하면 청년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발표한 ‘일본의 고용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연장 방안’에 따르면 일본은 1인당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신규구인배수’가 2.28개로 일자리 공급이 풍족한 상황에서 65세 정년연장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1인당 일자리 수가 0.58개에 불과해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며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어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상의 측의 주장이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용 여력에서도 일본은 한국을 크게 상회했다. 사업체에서 구인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을 비교해보면 일본의 대기업 미충원 인원이 약 34만 명(2020년 기준)인 반면, 한국은 1000명(2024년 기준)에 불과했다. 전체 기업으로 봐도 일본의 미충원 인원이 93만4000명으로 한국(11만9000명)을 압도했다.
일본은 2006년 65세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에 자율성을 보장했다. 일률적 정년 연장이 아닌 기업 여건에 따라 60세 정년폐지, 정년연장, 계속고용(재계약)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65세 고용을 정착시키며 기업 현장의 부담과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년을 65세로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고령자고용촉진법)이 주로 발의되고 있다. 제도 정착 기간도 5~8년으로 짧아 기업과 노동시장의 부담이 우려된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부작용 없이 60세 이상 고용 정착을 위해서는 점진적·단계적·자율적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고용연장은 청년세대인 1990년대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생은 인구 감소세가 시작된 세대로, 이들의 취업과 결혼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만약 정년연장이 조기에 시행될 경우 청년층의 취업과 결혼 연령이 늦어져 저출생 극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고용연장은 ‘고용연장 노력→노사 합의 통한 선별적 고용연장’ 단계를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연장의 실질적 혜택이 대기·정규직의 1차 노동시장에 집중되고 있어 청년세대와의 일자리 충돌, 2차 노동시장과의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고용연장 방식은 일률적 정년연장보다는 개별기업 여건에 맞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계약, 관계업체 전직 등 다양한 고용연장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년연장은 청년세대와의 일자리 충돌, 기성세대의 조기퇴직 등 오히려 고용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60세 이상 고령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직업훈련, 고령 인력 적합 업무개발 등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