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보이는 면세점 불황...시내면세점부터 솎아낸다

입력 2024-12-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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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점포 축소…롯데면세점 쇼룸도 철수

‘유커·따이궁’ 타깃 시내면세점 잇달아 축소
개별관광객 공략에도 객단가 차이 ‘역부족’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국내 주요 면세점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면세업계 불황이 장기화하자, 이들에 역점을 뒀던 시내면세점부터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에도 면세업 불황은 이어질 전망이라, 시내면세점 중심의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0일 나우인명동(구 LDF하우스) 영업을 종료한다. 나우인명동은 작년 10월 롯데면세점이 서울 중구 명동에 오픈한 면세 쇼룸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잡아, 이들을 자연스럽게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으로 유입하고자 했던 전략 매장이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매장 효율화 작업에 따라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6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전체 면적 중 35%에 달하는 타워동도 없앴다. 롯데월드타워점은 국내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이자 롯데면세점의 핵심 점포란 점에서, 이 조치는 '매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업계는 '롯데그룹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대표가 새로 선임된 만큼, 롯데면세점의 점포 효율화 작업은 내년에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롯데지주도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면세점 중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부산시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있는 부산점의 점포 면적을 10월 일부 축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지하 1층 매장을 전부 사용했으나, 임대차 계약 변경을 통해 일부 매장을 반납했다. 반납한 공간은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스포츠 슈즈 전문관으로 리뉴얼 공사 중이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당장 시내면세점 축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처럼 면세업 불황이 지속될 경우 이들도 매장 효율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올 3분기 롯데면세점은 460억 원의 영업손실을, 신라면세점은 3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다. 이어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각각 162억 원, 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매장 구조조정보다 자금 수혈에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2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호텔신라(신라면세점)도 7월 자사주를 담보로 1328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면세점업계가 잇달아 매장 축소를 고려하는 것은 핵심 고객인 유커·따이궁의 부재 탓이다. 각 면세점은 이들의 부재를 개별 관광객(FIT)으로 메우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객단가 차이가 심해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0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257만 명으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1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다.

내년에도 면세점업계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2일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중국 내수 부진으로 내년도 중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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