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최다’에도 꽁꽁 얼어붙은 이 그룹주 롯데…“내수 회복 요원”

입력 2024-12-03 08:04수정 2024-12-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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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맨 왼쪽) 롯데 회장과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왼쪽 두번째)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디자인전략회의 2024' 이후 롯데 디자인의 미래라는 주제로 마련된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지주)
롯데그룹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그룹사 중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공시를 가장 많이 하고도 주가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기업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면 주주환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작용해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반대다. 롯데 그룹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유통·패션·건설 등 내수 경기와 직결된 기업으로 구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근본적인 실적이 뒤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배당, 자사주 등 주주가치 확대에 신경 쓸 여력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그룹사 중 롯데와 LG그룹은 8개 계열사가 밸류업 공시를 했다. 사실상 4대 그룹을 제외하면 롯데가 가장 많이 한 셈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9월 롯데렌탈을 시작으로 10월에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롯데이노베이트, 11월 롯데하이마트, 롯데리츠, 롯데지주까지 8개 계열사의 밸류업 계획 본 공시를 올렸다.

문제는 이중 절반 이상이 내수주 위주로 편성됐다는 점이다. 4분기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13곳의 평균 상승률은 마이너스(-) 17.6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5.3%)보다도 3배 이상 급락했다. 상승 종목은 롯데렌탈(1.81%)과 롯데칠성우(1.80%) 둘 뿐이었다.

이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41.74% 내려 가장 깊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롯데는 지난해 2조7000억 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인수대금 중 48%는 빚으로 조달해 이자 비용만 불어나고 있는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여전히 수익성을 못 내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도 각각 36.45%, 28.43% 내렸다. 국내 정유·화학 업황은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스프레드 악화 영향으로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내년 한국에서 ‘부정적’ 전망이 가장 우려되는 산업 중 하나로 정유·화학을 지목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케미칼 신용보강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이 신용도 위험이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 롯데케미칼과 카드사가 체결한 유동화 조건으로 롯데케미칼이 사용한 카드결제대금의 원금과 이자를 카드사가 받아 상환하는 구조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해 발행한 유동화증권은 뉴스타그린켐제일차(5618억), 뉴스타엘씨제일차(3252억 원) 등이 있다. 각각 신한카드, 롯데카드와 체결됐다.

소비도 안 좋다. 롯데웰푸드가 20.83% 하락했고, 롯데하이마트(-10.19%), 롯데쇼핑(-6.99%)도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보다 모두 뒤처졌다. 국내 내수 시장은 고강도 금리인상기 이후 보복소비를 펼치지 못하고 지갑을 꽁꽁 싸매는 중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2연속 금리인하도 통하지 않고 얼어붙은 소비는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10월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9월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도 롯데그룹 재무 불안 진원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불거지면서 롯데건설도 유동성 위기의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태영건설이 채무불이행(디폴트옵션)을 선언하면서 롯데건설에 쏠린 우려는 해소되는 듯했지만, 시장의 의심은 여전히 수면 위를 떠다니는 중이다.

국내 내수종목이 일제히 침체된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가 앞으로 시작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견조했던 수출 성과도 내년부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의 영향으로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우려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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