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삭감 예산 부활·野 감액 통한 증액 이해관계 얽혀
與 예비비·특활비 vs 野 지역화폐·고교무상교육
최악 시 평행선 가능성도…“정부 동의 안할 수 있어"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처리를 보류하면서 대치를 이어온 여야가 추가 협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열렸다. 특수활동비 부활 등 정부 예산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여당과, 유일한 ‘감액’ 권한을 지렛대 삼아 지역화폐 등 예산 ‘증액’을 꾀하는 야당의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긴 했으나 정치권에선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협상이 이어질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삭감한 예비비를 비롯해 주요 권력기관의 특활비 예산을 살리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재정지출 확대 기조에 맞춰 ‘지역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과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예산 등의 증액을 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보류했다. 대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달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후 이날 본회의에 해당 예산안의 상정을 추진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원안 677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의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철회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첨예한 입장 대립을 이어온 만큼 여야가 이달 10일까지 남은 일주일 여간의 시간 동안 대화에 나설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여당은 야당이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두고 ‘사과가 우선되지 않으면 대화도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은 ‘여당의 태도에 따라 추가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추진 예산에 대한 증액 필요성이 있는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따라 추가 협의가 가능하다”고 여지를 두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전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야당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 아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및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유지 등을 위한 예산의 증액을 꾀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감액한 정부 예비비와 삭감한 특활비 예산을 되살리기 위해 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
물론 최악의 경우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극심한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권력기관 특활비 삭감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낸 바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 부분은 절대로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례없는 최악 세수 펑크 사태에도 불구하고 초부자 감세를 진행하면서 민생 예산은 24조 원을 감액 편성한 정부가 민생과 경제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느냐”며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의총을 통해 "예산안 관련해선 민주당이 날치기 강행처리 폭거에 대해 사과 하고 철회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추가적인 협상도 없다”며 “일관되게 그렇게 갈 것이란 입장을 강하게 얘기했고 정부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한 야당 보좌진은 “(야당은) 지역 화폐 등 정책을 정부가 동의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통상적으로는 그게 맞는 얘기이긴 하나 그렇게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정부가 동의를 해줄 건 해줘야 (협상이) 진행될 텐데 그게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