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메드텍, 우주·배터리 청산하고 치과·척추 방점…메타비아, 국산 비만약 잰걸음
국내 대형 제약기업의 관계사들이 사명을 변경하고 의료기기, 신약개발 등 ‘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기에 나섰다. 본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유망 시장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웅제약과 동아ST의 관계사들이 회사 내외부적으로 대대적인 전환점을 지나쳤다. 대웅제약의 이노시스와 동아ST의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사명을 변경하고 특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태세를 갖췄다.
대웅제약의 특수관계사인 이노시스는 ‘시지메드텍’으로 사명을 교체하고 치과 및 정형외과 의료기기 사업 투자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 안건을 처리했으며 CI도 새로 단장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시지메드텍의 최대주주는 대웅그룹 특수관계사 시지바이오다. 시지바이오는 바이오 재생의료를 전문 분야로 상정하고 골절이나 화상 등으로 손상된 뼈와 피부를 대체할 이식재를 연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지메드텍 인수 작업을 시작해 올해 2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시지메드텍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항공우주 기업과 전기차 충전기 개발 사업도 청산했다. 이에 따라 시지바이오에 인수되기 이전 스마트솔루션즈(옛 에디슨EV) 자회사 시절과 관련된 흔적은 대부분 정리됐으며, 앞으로는 정형외과와 치과 관련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지바이오의 전문 분야가 정형외과 재생의료인만큼, 두 기업 간 시너지가 예상된다.
올해 4월 시지메드텍은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경추 수술용 케이지 ‘유니스페이스(UniSpace)’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어 8월에는 치과 디지털 임플란트 기업 ‘지디에스’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동아ST의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기존 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서 심장질환으로 초점을 옮겼다. 지난달 29일 신경계를 상징하는 뉴로(Neuro)가 포함된 기존 사명을 뒤로하고 ‘메타비아’(MetaVia)로 사명을 변경했다. 새로운 사명은 심장 대사(Cardiometabolic) 질환 치료를 통해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를 담아 Cardiometabolic의 ‘meta’와 ‘Via’를 합쳐 고안했다.
애초 메타비아는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나스닥 상장사다. 동아에스티는 2018년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당뇨병성신경병증 천연물의약품 후보물질 DA-9801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DA-9803를 라이선스아웃했다. 이후 메타비아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까지 도입했으며, 2022년 동아ST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메타비아는 현재 심장 대사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와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 파트1 및 파트2를 진행하고 있다.
DA-1726은 음식을 섭취하면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물질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 억제, 인슐린 분비 촉진, 기초대사량 증가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올해 10월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 결과는 내년 1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DA-1241은 췌장 등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인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 신약이다. 동물실험결과에서 혈당 및 지질개선 작용과 간에 직접 작용해 염증 및 섬유화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돼,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 파트1, 파트2는 올해 하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 자회사들의 발 빠른 시장 적응 행보는 과감한 R&D와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몸집이 큰 기업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파이프라인에 도전하려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고, 기존의 파이프라인을 신속히 정리하기도 어렵다. 슬림한 구조의 자회사를 두면, 본사에서 하지 못하는 도전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대형 제약사의 스핀오프 자회사들이 시장과 기술 변화에 과감하게 대응하고, 더욱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면서 미래 가치 창출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신약 개발 업계에 분위기를 환기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활력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