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1월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 선고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5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원심의 검사 구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합병 업무를 총괄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이며 경제 주체 간 조화와 공정한 경쟁 등의 헌법적 가치”라며 “피고인은 이 사건 합병 당시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합병 찬성의 실제 결과는 국익이 아닌 특정 개인의 이익과 투자자 다수의 불이익이었다”며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의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재판부도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살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를 선고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합병을 진행한 것으로 봤다.
앞서 1월 1심은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오직 경영권 승계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결심 공판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200쪽 분량의 항소 이유서와 1500쪽에 이르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심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