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연준 의장’ 발언은 불안 요인
농무장관에 친트럼프 싱크탱크 수장
트럼프 2기 내각 인선 마무리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성명에서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과 경제 부문 전략가 중 하나로 널리 존경받는 베센트를 제79대 미국 재무장관으로 지명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베센트는 오랫동안 ‘미국우선주의’ 의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였다”며 “그는 우리의 위대한 나라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세계 최고 경제 대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센트는 월가 베테랑으로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당선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최측근 경제 고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올해 대통령선거 기간 유세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선거 자금 모금행사 주최 등 선거 운동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관세 도입이 무역 전쟁을 촉발해 최종적으로 미국의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옹호해왔다.
베센트는 내년 공화당이 과반인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받은 뒤 첫 정부 직책으로 재무장관을 역임하게 된다. 대규모 감세와 보편적 관세 등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경제 공약 시행을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가장 중요한 채권시장과 달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월가는 베센트가 국제 금융 시스템과 외환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안을 지지하고 감세 연장을 위해 싸울 것이라 밝혔지만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만큼 정치적 득실보다 경제와 시장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베센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 훨씬 전에 차기 의장을 지명하는 ‘그림자 연준 의장’ 방안을 언급한 적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무장관은 궁극적으로 행정부의 재정 정책을 실행하지만, 그 담당자(베센트)가 시장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림자 연준 의장’ 발언이 딱 하나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그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와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정부가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있겠지만 연준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리서치 회사 크레디트사이트의 재커리 그리피스 미국 투자등급·거시전략 부문 대표도 “헤지펀드 전문가로 그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시장에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롤린스는 친(親)트럼프 싱크탱크 수장으로 트럼프가 내건 관세를 실현할 수 있도록 무역협정 재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롤린스 지명으로 트럼프 2기 내각 인사 인선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베센트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19일 차기 상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재무부와 상무부, 농무부 등 무역 협상에서 핵심적인 부처 수장을 트럼프의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우면서 미·중 2차 무역전쟁이 1차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