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개인투자자 “투자할 수밖에” vs 전문가 “투기 만연해 안타까워” [코리아 ‘테마’파크②]

입력 2024-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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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40대 개인투자자 A 씨는 모니터에 띄워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주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한창 딥페이크 관련주로 떠오른 한 종목의 1분봉 그래프가 어지러이 펼쳐져 있었다. A 씨는 그래프를 유심히 관찰하다 이내 그날 거래를 마치고 HTS를 종료했다. 바탕화면에는 A 씨가 투자 철칙으로 여기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개인 “테마주가 투기성인 건 알지만…현실 녹록지 않아”= 개인 투자자는 테마주가 투기성을 띈다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지만, 단기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주식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40대 개인투자자 A 씨는 “수익을 내긴 내야 하는데,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 투자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기 투자로 전향했다”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가 어려운 이유로 시간이 지나도 발전이 없는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지적한다. 2014년 종가와 2023년 종가를 비교했을 때,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9%, 60%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약 13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약 216% 증가했다.

A 씨는 “항상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을 명심한다. 그래서 사실 테마주의 모멘텀이 실현되는지 안 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때 매도한다. 실적보다는 관련 소식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화제가 되고, 이슈가 얼마나 지속하는 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장은 장 초반인 9시와 9시 10분 사이 거래가 가장 치열하다. 11시까지 거래가 이어지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면 흐름이 뚝 끊긴다”라며 “이처럼 장 초반의 상승세를 이용해 빠르게 수익을 올린 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장 후반 약세 전에 매도하기 좋게 ‘전강후약’ 흐름을 보이는 것도 단타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테마주 투자 수익 유지하기 힘들어…장기 투자 유인책 절실”= 전문가는 단기 투자가 성행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시장이 가치 투자를 통해 장기적 성장을 일궈야 하는데, 투기만 만연해진 듯해 안타깝다”라고 제언했다. 이 의장은 국내 1세대 가치투자 펀드매니저로 꼽히며, 가치투자 불모지였던 2000년대 한국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가치주 위주의 투자로 가공할 만한 수익률을 기록한 인물이다.

이 의장은 “시장 분위기가 가치주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제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기존의 저금리 디플레이션 환경이 고금리 인플레이션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힘든 시기가 도래했고, 이미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상대적으로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우량주에 유리한 국면이 도래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단, 예전처럼 좋을 때 다 같이 오르는 장세가 아닌, 지속 성장 가능한 모델 등 확실한 무기가 있는 기업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배당 소득 분리과세가 논의되고는 있지만, 효과가 약한 것 같다고 말하며 좀 더 직접적인 장기 투자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테마주에 단타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테마주를 투자하더라도 초반에 잘 벌고 나오면 상관이 없는데, 오랜 기간 수익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건 분명하다. 또한, 충분히 오른 가격에 뒤늦게 뛰어들면 손실이 클 수 있으니 항상 유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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