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더 주세요" 빈 곳간에 정부 지원금 급증 [빚더미 금융공기업上]

입력 2024-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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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원, 지난해 9683억원, 올해 상반기 8764억 원 증가
HUG, 올 상반기 7000억 원...지난해 지원금 2배 넘어
정부가 공공기관에 투입한 지원금 최근 2년 연속 100조 원 넘어

고금리·고물가와 전세사기 등 복합위기로 인한 정책금융 수요가 늘면서 금융 공공기관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정부 지원금을 늘려 기관 운영을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세금인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비중이 늘어 공공기관의 재정 자립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21일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3개 금융 공공기관·금융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839억 원이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부예산 지원금이 올해 상반기 7000억 원을 기록, 이미 지난해 전체 액수의 두 배에 육박했다. 서민금융진흥원도 2022년 3321억 원에 불과했던 지원금 규모가 지난해 9683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8764억 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전년 전체 금액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관의 지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재정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서금원이 최근 3년여 동안 서민과 소상공인 대신 변제한 후 회수하지 못한 채무액은 약 3조 원에 달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서민 정책 금융기관이 감당해야 할 손실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금원 상품 가운데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경우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회수율은 1.62%에 불과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정부 예산 지원금이 크게 몰린 이유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출시 예산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UG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세보증 시장에서 HUG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체 전세보증을 받은 24만8000가구 중 93.7%(23만2150가구)가 HUG를 통해 가입했다. HUG에 리스크가 큰 전세보증이 쏠리면서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보증사고와 대위변제가 급증하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손실 규모가 9배 가량 확대된 것이다. 부채비율은 116.9%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정부가 예산과 기금 등으로 공공기관에 투입한 지원금은 2년 연속 100조 원을 넘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자료집에 따르면 공공기관 327개 (부설기관 12곳 포함)의 정부 순지원수입은 지난해 109조5799억 원으로 전년(107조323억 원) 보다 2.38% 증가했다. 4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8.5% 급증한 수치다. 정부 순지원수입이 늘어났다는 것은 국민세금인 국가재정에 의존하는 비중이 늘어 공공기관의 재정 자립도가 그만큼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사기 확산, 고금리 장기화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경영 실패로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며 “순지원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인 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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