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논쟁…이진숙 위원장 등 주요 증인 불참
방통위 식물 상태 장기화…ICT 현안 뒷전
방송통신위원회 식물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9일 국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관련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태규 위원장 등 주요 증인이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으며 시작부터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과방위는 이날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증인 29명을 불러 위법성을 따질 예정이었으나, 이진숙 위원장 등 주요 증인은 청문회에 불참했다.
여야는 청문회 시작부터 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논쟁을 이어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가처분 결정이 본격화되고 있고 탄핵 소추도 될 거로 보이는데 이 청문회를 왜 계속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으로 나와있는)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에게 이 문제를 따져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할 문제"라면서 "이진숙 위원장 인사청문회부터 오늘까지 방통위 사무처는 물론 국회사무처 보좌진들까지 모두 여름 휴가는커녕 무더위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청문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방통위 직원들은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지난달 31일 이뤄진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집중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을 하고 취임 당일 날 무리하게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이사를 선임했다"면서 "먼저 위원장들은 방통위 업무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자진사퇴했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자신이 원포인트 원장이기 때문에 탄핵 소추 절차를 밟는다. 정권의 시나리오에 의해서 아주 치밀하게 방통위원장들은 소모품으로 정권 장악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방문진 이사)는 "방통위 2인 체제가 위헌적 ·위법적 요소가 있다"면서 "방문진 이사 선임 검증의 절차가 부실하고 여러 가지 법적 절차들, 심의와 어떤 표결의 방법도 기이하고 행정절차가 갖춰야 될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제가 이사 선임 됐을 당시에는 코로나 상황이여서 화상 면접도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의원들 간 비판 수위가 높아지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최수진 의원이 "민주당 의원께서 불법적 진행이라고 주장하는 법의 규정을 찾을 수 없다"라고 비판하자, 최민희 위원장은 "각 당을 언급하면서 위원 상호 간에 품위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국회법에 따라 제지하겠다"고 제지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민희 위원장에게 편파적이라고 반발하자, 최민희 위원장은 "제가 너무 편파적으로 여당 편을 들죠, 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응수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청문회는 12시께 마무리됐다. 국회 과방위는 14일 2차, 21일 3차 추가 청문회를 열고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한편, 방통위 식물 사태가 길어지며 정보 통신 분야 현안 대응은 늦어질 전망이다. 현재 방통위에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금지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통신비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통신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에 적극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고 있지만, 방통위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