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리걸테크 놓고 변호사업계 내부 갈등…법무부 가이드라인은 하세월 [로펌, AI에 미래 걸다 ③]

입력 2024-08-07 05:00수정 2024-08-0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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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AI’ 둘러싼 내분 양상…갈등 중재도 쉽지 않아

‘리걸테크 TF’ 출범 3년 됐지만
법무부, 공정성 오해 살까 조심


변협, ‘AI 대륙아주’ 관련 조사 예고
변호사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골자
대륙아주 “정부 지침 기다리다 도태”

국내 로펌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속속 도입하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는 이를 막아서며 리걸테크를 둘러싼 변호사업계 내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법조계 내부 갈등에 대한 중재자로 나서고 싶지만, 어느 한 쪽 편에 섰다는 오해를 살까 조심스런 입장이다.

▲ 정부 과천청사 내 법무부 전경. (사진 제공 = 법무부)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2021년 9월부터 현재까지 학계 및 실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면서 △리걸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리걸테크 산업 정착에 있어 변호사 제도의 공공성 확보 방안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리걸테크 TF 출범 3년이 다 돼 가지만 그간 회의를 몇 차례나 진행했는지, 구체적인 위원 구성은 어떤지, 업무 분장, 예산집행 현황, 논의 내용 등 일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들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알려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법무부는 산업계와 변호사 단체 등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법무부가 법률 AI 가이드라인 공정성 논란을 우려하는 사이 주요 로펌들은 AI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로펌 최초로 법률 AI 챗봇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출시한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이규철(사법연수원 22기) 경영 전담 대표 변호사는 “법무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법률 AI 서비스에서 도태될 수 있다”며 “해외 법무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 로펌과 협업이 늘고 있고 특히 해외 로펌과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률 AI 서비스가 문제없을 때까지 한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한변협은 ‘AI 대륙아주’에 대해 △무료 법률상담으로 인한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비(非) 변호사의 법률사무 수행과 이를 통한 이익 공유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변호사 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고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조사위원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변협 조사위는 결국 변호사 징계를 염두에 둔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가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변호사 징계를 강행했던 때와는 달리 대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로톡을 선보인 로앤컴퍼니는 테크기업으로 업권이 다른 반면 대륙아주는 대한변협 최대 회원사 중 하나다. 회원사 이익을 지켜줘야 하는 이익단체가 회원사 이익을 침해하는 데 앞장서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실제 대한변협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변협이 대륙아주를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시점은 올해 5월 초순께이지만, 3개월 가까이 경과한 지금까지 조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 법조팀 = 박일경 기자 ekpark@‧김이현 기자 spes@·박꽃 기자 pgot@·전아현 기자 c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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