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요구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시민사회에선 우려

입력 2024-06-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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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의료인에만 적용돼 ‘평등원칙’ 위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료소비자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2일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정부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의료인에 대한 일정한 특혜나 예외를 주는 방향의 정책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료소비자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 부족의 문제 원인으로 의사의 형사책임 부담을 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의사 수 증원 문제 해결을 위해 형사책임 완화제도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처럼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모방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특법과는 차이가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특정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한다. 적용대상 측면에서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법안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교특법에선 중상해와 사망 사건에 대해선 특례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중상해’에 대해서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고,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도 12가지 유형을 제외하고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임의로 형을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례법안의 중상해 및 사망 사건에 대한 특례 규정은 위헌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분쟁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는 지난해 구성됐다. 하지만 7차까지 진행된 회의에도 의료계와 소비자계 간 갈등이 커 회의 진행이 어려워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대표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의료계에 유리한 내용으로 올해 2월 1일 일방적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에 대해 △울분 해소 △형사처벌 △증거 확보 △진실 규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사고소를 최대한 줄이려면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울분 해소와 피해구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설명도 듣지 못하고, 사과조차 받지 못한다. 소송에서 지면 고액의 상대방 소송 비용과 변호사 비용을 부담해야 해 이중 고통에 시달린다”라면서 “의료사고 발생 시 설명 의무를 도입하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피과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사고 형사처벌과 관련해 원하는 것은 형사 수사단계에서 경찰과 검찰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및 입법 개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포함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5대 분야 31개 법안을 발표했다. 의료개혁 분야에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외에도 지역의료격차해소 특별법,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변경,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 법안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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