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무리한 정치 개입...금융소비자 부담 가중될 것"[정치금융, 부활의 전주곡]

입력 2024-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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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도입, 과세 형평성 논란도..."소비자 피해 불러올 수도"
'상생' 원칙적으로 필요...특정 업권에 과도한 책임 전과는 안돼

거대 야당을 비롯해 정치권이 입맛에 맞춰 금융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이 현저히 왜곡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 경제 원칙에 맡겨야 하는 부분을 강제할 경우 그 피해가 되레 금융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에 비해 뒤처진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급선무지만 현실을 무시한 포퓰리즘성 법안에 금융시스템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규제산업인 금융에 ‘선’을 넘어선 정치 개입에 경제논리가 후퇴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대 국회의 금융권 핵심 이슈로 부상 중인 ‘초과이윤세’ 일명 횡재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횡재세는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정치권에서 정의하는 횡재세 부과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면서 “‘횡재’가 무엇이냐는 정의부터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횡재세를 도입한다고 하면 누가 반사이익을 얼마나 얻었는가에 대한 부분부터 명확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무리한 횡재세 도입보다 은행과의 상생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횡재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은행이 이에 부담을 느낄 경우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횡재세로 손실이 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도 “횡재세 법안이 시행되면 은행들은 정부가 내라고 하는 부담금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높히는 식으로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것”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여러가지 요구하고 있는 소외계층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횡재세 입법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이중과세”라면서 “금융기관이 사회 상생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기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세의 적정수준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횡재세 도입 논의 뿐만 아니라 가산금리 항목 축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은행을 옥죄는 금융 관련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도입하려는 법 자체는 금융소비자(차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한 경제 주체에 과도한 책임이나 부담을 지우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도하게 규제를 신설하거나 없었던 제도를 만들었을 때 시장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면서 “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도화에 나설 경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제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산업은 허가 산업으로 완전히 자율적인 시장 체제에서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과도하게 정치권이 개입에 나설 경우 부작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대종 교수는 “과거 민주당이 법정 최저 금리를 강제로 연 20%로 낮추면서 수백만 명의 금융소비자들이 사채 시장으로 몰리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면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간 사례”라고 제시했다.

은행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희 교수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은 은행들이 신산업을 진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경직된 법적 제도 도입에 앞서 자율적인 상생의 기업 문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에 금융기관의 팔을 비틀기보다는 금융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수만 건씩 발의되고 있지만 국민 경제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정작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시장 경제 원칙에 맡기면서도 국민을 위한 경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 센터장은 “부동산금융 관련한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지만 부동산금융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종합 시스템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이런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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