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합격자 90% 이상 임용등록 안 해…전공의들은 의료정책 백지화 요구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스스로 퇴로를 끊고 있다. 정부가 개설한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에 고기 굽는 사진을 보내는가 하면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모든 의료정책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끝내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해선 예외 없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2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운영 중인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에 개설된 신고용 휴대전화에는 최근 고기를 굽고 있는 사진이 접수됐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보낸 것으로 '잘 쉬고 있다'는 조롱의 의미다. 이 휴대 전화는 복귀를 희망하지만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이 우려돼 망설이는 전공의들을 위해 마련된 장치다. 한 정부측 관계자는 "신고 실적 자체도 저조한 편인데, 정부측을 조롱하는 듯한 이런 식의 태도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은 여전히 현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화를 제안한 정부에 전공의들은 모든 의료정책 백지화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이날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여론조사에는 전공의와 의과대학생 총 3만1122명 중 1581명(5.1%)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531명(34.0%)은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정부·여론의 의사 악마화에 환멸(87.4%)’,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76.9%)’, ‘심신이 지쳐 쉬고 싶다(41.1%)’를 들었다(이상 복수응답). 수련 의사가 있는 전공의(1050명, 66.0%)들은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차관 경질(73.4%)’ 등을 요구했다(이상 복수응답).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2697명이 (상반기) 인턴으로 들어오기로 했으나, (임용등록을 한 인원은) 10%가 조금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임용등록을 하지 않은 인턴은 규정상 하반기(9월)부터 수련할 수 있다. 전 통제관은 “5월에 복귀한다면 내년 4월까지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돼도 3월에 레지던트로 갈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3월 말까지 복귀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이미 처분이 확정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분하되, 아직 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선 소명·복귀로 면허정지 기간을 경감받을 기회를 주겠단 취지다. 단,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된 뒤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아 처분이 확정된 전공의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3개월 이상 면허를 정지할 방침이다. 전 통제관은 “가능하면 처분 전 복귀한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다르게 처분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한다”며 “그래서 조기에 복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