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제발 공무원 월급 좀 올립시다

입력 2023-12-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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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채용 제2차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기획재정부 저년차 사무관 4명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공무원들의 ‘탈(脫) 공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꽉 막힌 조직문화, 일상적 초과근무(중앙행정기관), 민원 스트레스(지방자치단체) 등 높은 근무강도는 신체·정신건강을 해치고, 여기에 비례하지 않는 열악한 임금수준은 공직자로서 자긍심을 짓밟는다. 젊은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박탈감이다. 비대면·반도체 특수로 대기업들이 성과급 파티를 벌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 공무원 임금·수당은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인상률이 축소되거나 삭감됐다. 희생의 대가로 벌을 받은 셈이다.

열악해진 처우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상용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체 사무관리직 평균임금 대비 공무원 임금수준은 90% 안팎에서 유지되다 지난해 8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공무원 경쟁률이 떨어지고,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상황이 이상할 것 없다.

기업에서 우수 인재는 곧 경쟁력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인재 이탈이 이어지고 신규 인재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기획력, 행정력, 전문성 등 조직 전반의 역량이 떨어진다. 그 피해자는 국민과 국가가 된다. 9급 시험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서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황까진 아니더라도, 경쟁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공무원 이탈을 막을 필요성은 있다.

시급한 건 처우 개선이다. 대기업 수준으로 공무원 임금을 높이잔 게 아니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되, 민간 대비 임금수준을 90% 안팎에서 유지하잔 거다. 미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고 공무원 인기가 갑자기 오르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직률은 낮아질 거다.

특히 공무원연금 기여율(보험료율) 대비 지급률이 국민연금에 역전(2016년 이후 입직자)된 점을 고려해 퇴직급여를 정상화해야 한다. 퇴직급여 기준소득인 평균임금은 민간기업에서 퇴직 전 3개월간 임금총액의 평균치로 계산되지만, 공무원은 현재 가치로 재평가한 생애소득의 평균치로 계산된다. 재직기간과 재직 중 소득총액이 비슷하다면 민간기업 평균임금이 공무원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퇴직급여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값으로 정해진다. 여기에 공무원 퇴직급여는 재직기간에 따라 지급률이 차등된다. 민간기업은 재직기관과 무관하게 지급률이 100%지만, 공무원은 5년 미만 6.5%, 20년이 넘어도 39%(상한)에 불과하다. 결국, 공무원 퇴직급여는 임금이 같은 민간기업 퇴직자의 5~35%에 그치게 된다.

업무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게 첫째고, 업무방식을 개선하는 게 둘째다. 후자는 국회(지방의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불필요한 회의·행사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무의미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 개인의 일탈을 공직의 타락으로 매도하고 비난해 인기를 얻는 포퓰리즘식 공직 혐오도 청산해야 할 악습이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3~34세 청년·청소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27.4%), 공기업(18.2%), 국가기관(16.2%) 순이다. 국가기관 선호율은 자영업(15.8%)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능한 정부는 유능한 공무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능한 공무원을 확보하려면 뭐라도 유인이 필요하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같은 조롱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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