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연구소는 '언감생심'…중견건설사, 정부 '준공 불허' 방침에 근심만 쌓인다

입력 2023-12-19 14:49수정 2023-12-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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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과 HL디앤아이한라, 메타이노텍은 공동주택 소음저감을 위해 공동으로 추진한 연구를 통해 3개 타입의 ‘층간소음 인정바닥구조’ 신규지정 받았다. 사진은 관련 테스트 현장. (자료제공=두산건설, HL디앤아이한라, 메타이노텍)

정부가 층간소음 기준 미충족 시 '준공승인 불허' 카드를 꺼내 들면서 중견건설사의 근심이 커졌다. 대형건설사들은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술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업황 악화로 당장의 먹거리 걱정이 큰 중견건설사에 전담 조직 설치나 연구개발 비용 투입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준공을 받으려면 연구개발을 서둘러 기술을 확보하거나 다른 곳에서 빌려 써야 하는 데 모두 실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19일 본지 취재 결과 공동주택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건설사 9곳(부영, 계룡건설, 동문건설, 반도건설, 한신공영, 두산건설, HL디앤아이한라, 우미건설, 대보건설) 중 기업 내 연구소에서 층간소음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곳은 △한신공영 △두산건설 △ HL디앤아이한라 등 3곳이다. 나머지 6곳은 층간소음 관련 부서 신설이나 예산 투입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

정부의 층간소음 규제 강화가 예고됐지만 중견건설사 상당수가 별다른 대응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층간소음 기준(49㏈)을 충족한 주택에 한해 준공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대형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자금을 투입해 층간소음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업계 최초로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 ‘래미안 고요안랩’을 세우고, 경량 및 중량충격음 1등급 인증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경량 및 중량충격음 1등급 인정서를 취득한 바닥시스템 ‘H 사일런트 홈’, DL이앤씨는 12개 특허기술을 집약한 5단계 차음구조 바닥 시스템 ‘디사일런트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반면 중견건설사는 사정이 다르다. 주택경기 악화로 인허가·착공·공급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관련 신규 예산을 편성해 운용하기 어렵다. 자체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사의 특허 설계나 기술을 빌려 써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 인정바닥구조’ 신규지정 관련 타이어 테스트 현장. (자료제공=두산건설, HL디앤아이한라, 메타이노텍)

이런 이유로 중견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맞게 '스탭 바이 스탭'으로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대부분 중견사는 대형사처럼 연구소를 세우고 전담부서를 만들긴 어렵다"며 "특히 소규모 분양을 진행하는 지역 기반 중견업체들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범위 조정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단 견해도 있다. 현재 바닥 두께를 일정 기준 이상으로 늘리면 용적률을 추가로 부여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한다든지, 정부 주도로 층간소음 관련 기술을 민간과 공동개발하는 등의 지원이 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층간소음 시공을 하는 업체엔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건설사의 경영 부담이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C 건설사 관계자는 "건물을 다 지어놓고 층간소음 기준 미달로 준공승인이 안 나면 시공사가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사업장 한곳 한곳의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중소업체들의 사정은 더 어려워지고 준공 승인의 열쇠를 쥔 지자체 눈치보기는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층간소음 기준 미충족으로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입주가 지연되면 이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임원을 맡고 있는 장용성 (주)솔렉스프랜닝 대표는 "층간소음 저감 관련 기술이 없는 중견사들은 일정부분 사용료를 내고 대형사의 기술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공사비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층간소음 기준을 적용하되 2년 정도 계도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중소·중견업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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